오는 6일로 한달을 맞는 `대통령 측근비리'특별검사 수사는 그동안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 `물증' 확보작업을 통해 향후 이어갈수사의 윤곽을 잡는데 주력해 왔다. ◆ 물증확보 주력 = 특검팀은 지난달 12일 썬앤문 자금의 세탁통로로 의심받고있는 W캐피털에 대해 첫 압수수색을 개시, 설 연휴 전까지 사건 관련자들의 자택과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연일 단행했다. 특검팀은 최도술.양길승씨 비리의혹의 진원지인 부산과 청주에 수사관들을 파견,부산 기업체들의 계좌 내역과 청주 K나이트클럽 실소유주 이원호씨 주변인물의 은행계좌 등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였다. 특검팀이 한달간 압수수색한 대상은 주요 관련자들의 자택와 사무실 등 52곳과사건 관련계좌 100여개에 이른다. 특검팀의 행보는 검찰의 선행 수사 내용을 뛰어넘고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물증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내부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각 사건 당사자들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중요자료를 이미 은닉한 데다 주된 자금추적 대상인 차명계좌 역시 속성상 장기간의 집요한 추적과정이 없이는 단서를 포착하기 어려워 수사진의 힘을 빼 놓았다. 1차 수사 기한도 내달 5일로 다가오고 있어 아직 가시적인 수사성과를 선보이지못한 특검팀은 잔뜩 예민해진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진흥 특검은 "검찰이 앞서 수사한 것도 있고 수사기간도 짧아 어려운 여건인 것은 사실"이라며 "적어도 이달 중순께는 수사의 쉐이프(shape)가 하나라도 나올 수 있도록 수사진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천 특검보는 "이번 수사는 검찰이라는 `저인망 어선'이 한번 훑고 지나간뒤 대양에 흩어진 남은 물고기를 찾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 남은 과제와 전망 = 특검팀은 그동안 확보해 놓은 각 사건 관련 의혹들 중에서 수사대상을 구체적으로 솎아내고 관련 혐의내용을 입증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보인다. 특검팀은 우선 썬앤문 그룹 95억원의 정치자금 유입설의 단서였던 `김성래 녹취록'의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상태다. 특검팀은 대신 썬앤문 그룹이 양평 골프장 분양 대금을 계열사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돈세탁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 회사가 시중 은행들로부터 수백억대의 특혜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도 손을 대는 등 수사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농협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 김성래씨 등 관련자들의 대질조사를통해 불법대출 경위와 문 회장의 공모 여부 등을 밝히는데 승부수를 걸 전망이다. 청주 K나이트 실질 소유주 이원호씨의 살인교사 의혹 사건의 경우, 특검팀은 김도훈 전 검사를 4일 재소환하기로 하는 등 검찰이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검찰의 이씨비호 여부를 밝히는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의혹과 관련, 특검법상 다소 막연하게 지정돼 있는 수사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 검찰 수사의 한계를 넘어서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씨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새로운 혐의내용을 제공해줄만한 물증이확보되지 않고 있는데다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영로씨의 건강회복 여부가 불투명해당장 조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새로운 자금거래 등 확인할 부분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점차 수사가 활기를 얻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기상 실질적으로 `수사의 반환점'을 맞은 특검이 남은 기간에 수사 윤곽을 드러내고 측근들의 추가 비리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