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ts@maxmovie.com 다모클레스는 디오니시우스가 시라쿠스의 왕위에 오르자 부러웠던 모양이다. 왕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어 행복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시종의 질투와 아첨을 보다 못한 디오니시우스는 그를 호화 연회에 초대해 한 올의 말총으로 매단 칼 밑에 앉혔다. 왕좌의 행복이란 항상 불안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왕은 무엇이 그리 불안한가. 강한 군대가 있는데 왜 위기를 느끼나. 다름아닌 불확실성 때문이다. 군사철학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불확실성의 세계"라고 말했다. 전쟁에서 행동의 기반이 되는 요소 중 4분의 3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센의 명장 몰트케는 "작전계획에서 확실한 것은 적과의 첫 대면뿐"이라고 했다. 훌륭한 전략을 세워두면 되는 걸까. 청(淸)의 전략가 주배(周培)가 강희대제를 만났을 때 말했다. "마속이 병서를 숙독하여 이론으로는 제갈량도 따르지 못할 정도였지만 참패를 당하기 일쑤였다.전쟁에는 선례가 없고 병사를 다루는 데 짜여진 틀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자병법'은 아군뿐 아니라 적군도 읽지 않는가." 그렇다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漢)의 대원수 한신이 초패왕 항우를 타도할 방도를 묻는 정승 소하에게 말했다. "기(機)를 보고 병사를 움직여야 하며,묘책은 현장에서 상대를 보며 생각해내야 한다." 우발상황에 대처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신 류의 임기응변에 능하려면 클라우제비츠가 지휘관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한 순간적인 인식능력,즉 '혜안'을 갖춰야 한다. 나폴레옹이 말하는 현장에서 전황을 보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마음의 눈'과도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나폴레옹도 러시아에서 대패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이 성공을 자만하는 순간 툭 떨어진다는 사실을 깜박한 때문이다. 기업 전쟁에서도 리더는 항상 머리 위에 시퍼렇게 날선 칼을 이고 있다. 그런 사실을 잊는 순간 국내 산업·금융의 대기업들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 클라우제비츠는 아예 불확실성을 동반자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역설적이지만,생존과 승리를 위해서는 다모클레스의 칼 밑에서 불안하게 사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것이 리더들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