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동전화고객을 둘러싼 사업자간 치열한 고객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년부터 이동전화 이용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신회사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몇십만명의 SK텔레콤 고객이 다른 사업자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고객을 빼앗으려는 사업자들과 기존 고객을 지키려는 사업자간에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불경기로 고민에 빠졌던 광고업계는 광고수요의 증가로 인해 요사이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통신업계가 요즈음 시끌시끌하다는 점이다. 이동전화 이용자가 기존의 번호를 유지하면서 통신회사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이는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인데,왜 이렇게 시끄러운 것일까? 이는 번호이동성과 관련하여 현재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통신회사들의 과장광고로 인해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통신회사를 바꾸면 마치나 핸드폰을 그냥 공짜로 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를 바꿀 때 핸드폰을 거의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고객은 전체 고객의 5%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제도는 분명 소비자의 선택을 넓히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킨다는 명분하에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번호이동성 제도의 도입 과정을 보면,그 뒷면에 소비자가 아닌 후발사업자를 도와주자는 정책의지가 숨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는 고객이 가장 많은 SK텔레콤부터 시작하여 KTF,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이 가장 적은 LG텔레콤 순으로 시차를 두고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는 데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셋째로 한걸음 양보하여 그와 같은 정책의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문제는 가장 시장점유율이 낮은 통신회사가 번호이동성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아야 하는데,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유선통신서비스시장에서 지배력을 갖고 있는 KT를 뒤에 업고,KTF가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자신의 조직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변경고객의 3분의 1 가량을 추가로 확보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충분히 예측가능하였던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어디서 연유된 것일까. 첫번째 원인은 통신정책의 초점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에 맞추어져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초점이 사업자에 맞추어지다 보니,정책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낭비와 시장의 왜곡이 나타나고 소비자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커다란 원인은 경쟁을 인위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는 데 있다. 이동전화서비스에 본격적인 경쟁이 도입된 지 벌써 6∼7년이 지났다.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은 어느 시장보다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이 된 것이다. 선택은 이제 시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선택이 시장을 통해 이루어질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시장의 선택이란 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이 선발사업자라는 이유로 새로운 규제라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성과가 나쁜 기업은 다른 보상 없이 손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어 있다. 2004년 새해를 맞아 우리는 이동통신정책을 포함하여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통신정책 현안들을 앞에 두고 있다. 금년에는 소비자와 시장을 중시하는 보다 원칙에 충실한 통신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jsyoo@sookmyu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