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58
수정2006.04.01 23:01
우리 사회는 온통 사이버공간에서 탄생하는 '짱'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얼굴이 으뜸이라는 뜻의 '얼짱'이 유행하더니,39세의 전업주부가 20대의 몸매를 유지한다 해서 '몸짱'이 나타났고 급기야는 '강짱(강도얼짱)'까지 등장했다.
신종 짱들도 부지기수로 생겨나고 있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차짱',경기장의 '스포츠 얼짱',유흥주점의 '밤업소 얼짱' 등이 있고 인터넷 상에서는 종종 얼짱콘테스트가 벌어지곤 한다.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권에서 조차 용모가 준수한 얼짱영입에 열을 올리면서 얼짱신드롬이 번지고 있어 가히 '짱세상'이라 할만 하다.
우두머리란 의미의 '짱'은 원래 10대들이 쓰던 은어로 또래 중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아이를 일컬었다고 한다.
폭력서클의 대장이 짱이었지만 약한 아이를 도와주는 아이도 짱으로 불렸다.
이러한 짱이 사회전반에 급속히 퍼지게 된 것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그를 '노짱'으로 부르면서부터였다.
네티즌들이 만든 '짱'이란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최고라는 의미의 장(長)을 되게 발음했다느니,친밀감의 표시로 이름 밑에 붙이는 일본말의 짱에서 따왔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있을 뿐이다.
짱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얼짱 몸짱이 보여주듯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여기에 반발하는 안티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사이버테러가 자행되고 있기도 하다.
강짱의 경우는 죄질에 관계없이 단지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카페가 개설되고 심지어 그녀를 구하자는 노래까지 만들어지는 세태를 어떻게 봐야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디지털시대에 네티즌들이 시각적 이미지가 강한 '짱'이라는 우상을 만들어 내고 여기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류인지 모른다.
디지털문화로의 자연스런 이행과정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더 중요시해야 할 내면의 가치가 도외시되고 있는 것은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가 땅을 딛고 있는 현실세계와 인터넷상의 가상세계가 혼재하면서 방향없이 어지럽게 굴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