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청문회가 오는 10일부터 열리고 경선자금 문제도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대선·경선자금 의혹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으나 경제와 기업에 큰 타격을 가하는 결과만 초래하지는 않을지 보통 걱정이 아니다. 정치권이 청문회 등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은 너무도 분명하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불법행위에 대해 명백히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야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또다른 불법행위가 재연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너무나 옳은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끝없이 계속되는 정치권의 불법 대선·경선자금 공방으로 기업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가뜩이나 좋지 못한 경제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삼성 LG 현대차 SK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이 문제에 연루돼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폭로전이 가열되면서 전혀 엉뚱한 기업이 피해를 입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D기업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측에 50억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50억원을 제공한 것은 다른 D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정확한 내용은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한 곳은 억울한 피해를 입는 셈이다. 정치권의 불법자금 공방이 야기하는 부작용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확산되는 것은 물론 분식회계 의혹이 높아져 대외신인도까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보다 심각한 것은 기업인들이 국회와 검찰에 계속 불려다니다 보면 경영의욕을 상실해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는 점이다. 불황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발등의 불인데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선·경선자금 문제로 기업이 더이상 피해를 입어서는 곤란하다. 정치권은 기업관련 의혹을 한 건주의 식으로 무책임하게 제기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검찰 역시 꼭 필요한 부분은 철저히 수사하되 피해자 입장이기도 한 기업에 대해선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특히 선거만 끝나면 희생양이 되는 기업을 정치의 질곡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