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영미식 체제를 모델 삼아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은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등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경제 전문 계간지 '한국경제의 분석'에 공동으로 발표한 '한국 금융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표준(글로벌 스탠더드)을 무리하게 도입, 금융 위험을 낮추는데 초점을 둔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때문에 한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성장 잠재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선진국과 후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무비판적으로 도입,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꺼리게 한 점이 영미식 개혁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시장의 감시기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재벌들의 내부거래 봉쇄는 부채비율 규제와 함께 한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수행능력을 약화시킨 주요인이었다고 비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