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석유화학분야 기초 소재 가격이 인상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멈추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이들 기초소재를 받아 쓰는 건설 자동차 등 수요업체들은 원재료비의 추가 부담이 더 늘어나면서 수익성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형강류 생산업체인 INI스틸은 2월부터 H형강(H빔) 가격을 t당 4만원(소형 기준),일반형강은 5만원 각각 인상했다. 지난 1월 형강류 가격을 t당 4만원 올린 데 이어 새해 들어 두 번째 인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세차례 형강류 제품 가격을 올렸으나 새해 들어서도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여 추가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네차례 제품값을 올린 동국제강도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특수강도 오는 9일 출하분부터 탄소강 7만∼9만원,합금강 8만∼10만원 등 제품값을 올리기로 했다. 올해 초 전 제품의 내수가격을 제품별로 6∼8% 올린 지 한달만이다. 이밖에 포스코가 기초원자재인 핫코일(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이달부터 t당 5만원씩 올리기로 함에 따라 하이스코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 후발 냉연업체들도 조만간 강판 가격을 올릴 방침이다. INI스틸 관계자는 "고철 수입가격이 지난해 말에 비해 t당 70달러 이상 오른 2백90달러대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엔 3백15달러에도 물량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그래도 형강류 가격은 여전히 중국 판매가격보다는 t당 5만∼6만원 이상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도 새해 들어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에틸렌의 경우 지난해 12월 평균 t당 5백61달러에서 3일 현재 7백75달러로 한달 새 t당 2백14달러(38.1%)나 뛰었다. 저밀도폴리에틸렌(LDPE),폴리프로필렌(PP),스타이렌모노머(SM) 등도 t당 1백18∼1백69달러 오르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침체된 내수경기를 반영,그간 수출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던 내수가격마저 1월부터 t당 1백만원을 돌파했다. 유화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t당 1백만원을 넘어 서기는 1997년 IMF 이후 7년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공장의 신증설이 없는 상태에서 유가가 올랐고 주요 유화공장들이 화재 등으로 문제가 생겨 수급이 타이트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중간소재를 받아 쓰는 수요업계는 잇따른 가격 인상에 대해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철강업계가 가격 과다인상으로 지난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흑자를 달성했다"며 가격 인상 중단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포스코에 대한 항의방문을 검토하고 있고 화섬업계도 유화 기초원료의 가격인상으로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소재가격 추가 인상을 둘러싼 공급업체와 수요업체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까지 향후 가격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기초소재의 가격상승세는 최소한 2·4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정부,철강업계,고철업계가 참여하는 '고철수급협의회'를 구성해 사재기를 막고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한 비상대책에 나섰다. 김병일·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