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K치킨 서울 양재점.사장 김한철씨(가명·42)가 10평짜리 가게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난해 가을 치킨점을 차린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들어오는 손님도 없고 걸려오는 전화도 없다.


김 사장은 "퇴직금 8천만원을 탈탈 털어 잘나간다는 치킨 가맹점을 열었는데 난데없는 조류독감으로 주문이 뚝 끊겼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는 "옛 동료들을 만나면 회사와 조류독감이 명퇴자들을 두 번 죽였다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오후 1시 서울 역삼역 주변에 있는 삼계탕 전문점.아늑한 분위기의 시골 가구와 생나무로 꾸며놓은 가게에는 달랑 한 사람이 앉아 요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지배인 김명숙씨(가명·38)는 "조류독감인가 뭔가 때문에 작년 12월부터 매출이 90%나 떨어졌어요.


내 말이 거짓말인가 1시간만 지켜보세요"라며 짜증을 냈다.


2년째 계속된 불경기에 조류독감 광우병까지 겹치면서 개인사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문을 열긴 하지만 언제 망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인건비가 아까워 가족으로 대체하는 가게,직원 무급휴가를 시작한 가게….주인들은 업종을 바꿀 생각만 하고 있다.


치킨점 신규 개점은 거의 전무하다.


그야말로 '공황상태'다.


창업 컨설팅 업체인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치킨점의 경우 거의 대부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다른 업종에서도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는 실정"이라며 "30% 이상이 폐업 위기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음식점만 빈사 상태를 헤매는 게 아니다.


옷 장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던 동대문 패션타운도 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에서 여성복을 파는 이진선 사장(가명·33)은 "손님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원부자재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요즘은 아르바이트생 대신 가족들을 동원해 매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식당으로 업종을 바꿀 생각도 해봤지만 그쪽 경기도 밑바닥인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매 전문 쇼핑몰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도매 전문 H쇼핑몰에서 니트를 판매하는 김정수 사장(가명·28)은 "소매상들이 한 번에 사가는 물량이 10여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3천만원 못올리면 바보란 소리 듣던 시절은 먼 옛날 얘기"라며 "요즘은 하루에 50만원어치도 팔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창동·송형석 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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