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차별 철폐론 '수면위로'..16일 지리산 실상사서 위상문제 본격거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성에 대한 차별적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여성의 지위도 크게 나아졌지만 종교계의 성차별 철폐는 더디기만 하다.
개신교의 경우 여성에 대한 목사안수를 허용하는 교단이 극소수이고 천주교의 성직은 남성에게만 열려있다.
교단 설립 초기부터 여성의 출가를 허용해온 불교 역시 차별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비구니(여자 승려)는 비구(남자 승려)에 비해 98가지나 더 많은 계율을 지켜야 하고 각종 인사와 의사결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현재 조계종 스님 1만2천61명 가운데 남자는 6천3백명,여자는 5천7백8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구니는 교구 본사를 한 곳도 맡지 못하고 있을 만큼 불평등한 현실이다.
이 같은 비구니 위상문제가 오는 16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리는 제9회 선우논강에서 공론화된다.
선우논강은 스님들이 문중과 본사,비구·비구니의 차이를 넘어 불교계의 각종 문제를 진단하고 발전적 대안을 찾는 공부모임이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초기불교의 이부중(二部衆)과 바람직한 오늘의 승가상'.발제자인 법인 스님(대흥사 수련원장)은 미리 제출한 발제문에서 "비구 우월의식을 버리고 비구니 차별의 근거가 돼온 팔경법(八敬法)은 원점에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경법이란 비구니로 출가할 때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으로 비구 승가에 대한 절대종속과 복종을 규정한 점이 특징.비록 1백살의 비구니라도 처음 계를 받은 젊은 비구를 마땅히 일어서서 맞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비구니 차별의 대표적 근거가 돼왔다.
정식 승려가 되기 위한 구족계로 비구는 2백50계를 받지만 비구니는 3백48계를 받아야 하는 점도 차별적이다.
법인 스님은 "비구니 계율이 비구보다 많은 것은 일방적 차별이라기보다 카스트라는 엄격한 신분제,여성을 열등한 존재와 소유물로 인식하던 당시 인도사회의 관습 등 사회·문화적 조건과 여성의 신체·생리적 환경 등을 고려해 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율을 정한 이유와 조건이 사라진 만큼 이제는 팔경법을 비롯한 계율을 재검토해 시대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구·비구니는 동등한 수행자로서 법납(출가연수)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종헌·종법과 각종 청규에서 다루면 된다는 의견이다.
법인 스님은 "불법의 흥성을 위해 불필요한 조건과 제약은 소멸돼야 하며 필요한 제도와 법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계종 내 율사(계율 전문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