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대표적인 부동산개발 업체인 종성(仲盛)그룹에 근무하는 천씨. 올해 45세인 그는 상하이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고급 별장에 살고 있다. 그는 별장 이외에 아파트 세 채를 갖고 있다. 아파트의 한 달 임대료는 평범한 대졸 취업생 연봉보다 많은 총 3천5백달러. 천씨의 출퇴근 승용차는 도요타 캄리다. 주말이면 상하이의 유명 골프장인 실포트에서 라운딩을 즐긴다. 그는 이 골프장의 회원이다. 춘절(설)연휴 때는 가족과 함께 호주여행을 다녀왔다. 천씨는 요즘 중학교 다니는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천씨는 상하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자들의 전형이다. 중국 사회학자들은 "부자 계층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치하 중국에서 자본주의자들이 위풍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들을 '포천클럽(富人俱樂部)'으로 규정하고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포천클럽을 어떻게 구별하느냐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통계는 은행 예금이다. 현재 20%의 고소득층이 전체 은행예금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상위 5%가 은행예금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5%를 특수 부유층,20%를 광의의 부유층으로 분류한다. 최근 중국 광밍(光明)일보는 전체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약 4천5백만명을 부자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들의 연평균 가구 소득은 5만7천위안, 우리 돈으로 치면 약 8백30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이들 부유층은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마케팅 타깃이 되고 있다. 포천클럽 멤버들을 직업적으로 분류하면 대략 10여개 정도로 나뉜다. 사영기업가가 가장 많다. 이들은 일찌감치 시장경제에 눈을 떠 회사를 차리고, 경제 발전의 흐름을 타면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지난 80년대 초 소규모 자영업(꺼티후)으로 시작했던 많은 사업가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90년대 중반이후에는 주가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금융분야에서 거부들이 많이 나왔다. 2000년 들어서는 IT벤처분야에서 거부들이 속속 출현했고, 최근 수년간은 부동산 시장에서 한몫잡은 부자들이 많았다. 이밖에 외국기업 고급 간부, 변호사, 의사, 연예인, 스포츠선수 등도 포천클럽에 많이 가입했다. 이들 부자클럽은 중국 소비시장 형성의 일등공신이다.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기기, 호텔 식당 등 고급서비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상위 20% 소비층 덕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 부자들은 지금 자동차와 고급주택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기본 소비품을 모두 갖춘 그들이 보다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소비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