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많이 지원하면서도 그의 급부상을 꺼림칙해 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5일 보도했다. 그의 성향이 기업과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CNN방송은 "투자은행과 증권회사 등 월가 금융업계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벌이고 있는 6명 중 케리 의원에게 기부금을 가장 많이 냈지만,케리 의원이 정작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황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공화당 단독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맞붙을 경우 54% 대 46%의 지지율로 부시를 꺾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월가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회사 및 투자은행 등 월가 금융계가 그동안 케리 의원에게 제공한 정치기부금은 1백2만6천달러로,66만달러에 그친 조지프 리버먼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하지만 케리 의원이 그동안 밝혀온 경제정책은 기업,특히 대기업에 불리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시행 중인 1조3천억달러 규모의 감세정책 중 대기업에 대한 감세혜택을 대폭 축소하고,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은 크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기업들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되며,제약업계는 약값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친시장정책'과는 거리가 먼 △연간소득 20만달러 이상인 부유층에 대한 감세혜택 폐지 △배당소득세 감면제도 철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과 달리 그의 노선은 '반(反)기업' 정서가 그만큼 강하다. 월가가 부시 대통령에게 케리 의원보다 훨씬 많은 3백92만달러를 기부한 것도 이런 정책의 반영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투자자문업체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투자전략가 네드 릴리는 "케리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그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의 대선후보 부상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