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등에게 남긴 고 안상영 부산시장의 유서에는 애틋한 사랑과 죄스러움, 부산시의 수장으로서 중도하차하는 것에 대한 착잡한 심정이 그대로 묻어 있다. 또 매일 메모식으로 작성한 옥중일기에도 무죄 주장과 함께 옥중생활에 대한 심경을 적어놨다. ◆ 유서 △ 혜원 엄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몇자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당신이 가장으로서 집안을 잘 이끌어 주시오. 세상에 한번 왔다가 흔적, 보람 남기고자 했는데 안타깝소. 어머님 마지막 당신 책임이오. 사랑하는 당신께, 실감나지 않는 현실입니다. 많은 짐을 당신께 남기고 가는 사람 미워하시오. 사랑하오. 당신의 사람 상영. 2004.1.2. △ 혜원(딸)아, 아버지는 당당하게 살았는데 많은 일도 했는데….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고 아들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아버지다. 어머니 잘 모시고 동생 잘 지도해라. 2003.12.17 아버지가. △ 부산 시민께, 부산의 발전을 위해 하나의 사심없이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중도하차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간 밀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2003.12.31. ◆ 일기 △ 10월19일. 梅一生寒不賣香(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는 않는다). 당신(J기업 박회장을 지칭하는 듯)이 나에게 건네주었나. 나는 받지 않은 사람이다. 똑똑이 날 보라. 내가 틀림없나. 인간적으로 환자이고 인격으로 존중했는데 자기보호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 △ 10월30일. 도주위험도 없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는데 여론재판에 의한 시대적 현실의 희생은 곤란하다. △ 12월15일. 약 없이는 잘 수 없다. 뇌에 이상비대, 가슴 울렁거림 답답함. △ 12월16일. 후세인 그 불편 환경속에서도 버티다니, 그래도 살아야 한다. △ 12월20일. 몸이 한계가 왔다. △ 2004년 1월3일. 인생은 힘이 있고 거리낌 없을 때 자기주변 세심해야 하고 지쳤을때 소홀하게 넘어가는 것 없는지 챙겨야 하고. 세상이 극락이고 천국이다를 늘 생각하면서 살아야. 부산시장 동안 단 한건의 부정과 야합한 적이 없습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