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 한국 대만등을 중심으로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다. 리스크 분산,외환보유액 활용등을 목적으로 '미국채 비중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아시아국가들이 '미국채 매도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규모가 커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채 매각 가시화 조짐=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만중앙은행은 2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중 일부 미국채를 매각,자국기업의 설비투자와 지식재산권 매입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태국 중앙은행도 미국채 매각으로 70억달러를 조성해 정부 및 공기업 해외부채를 갚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1천5백5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중 내년에 1백억∼2백억달러를 민간펀드에 위탁운용키로 했다며 "이는 외환보유액 운용을 미국채 등 기존 투자대상에 국한하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다양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일본도 '미국채 일변도 투자'운용의 선회를 시사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은 지난주 의회에 출석,"금투자 확대 등 외환보유액의 투자 다양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미 외환보유액 중 8백50억달러를 부실해소를 위해 국영은행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세계경제 동시타격 우려=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채 매각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달러표시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지금,외환보유액 중 금·유로화 등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면 미국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미국이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을 '시장개입' 증거로 들이대고 있는 것도 미국채 비중 축소를 유도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달러매집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연말 1조9천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1년 만에 30%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시아국가들의 미국채 매도가 본격화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가 보다 심화되고,'달러가치 추가하락→조기 금리인상→미국내 수요부진→대미 수출 부진' 현상도 나타나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