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폭등] 일부선 사재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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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가격 폭등이 '재고 쌓기'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관련 업계 곳곳에서 '동맥경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생산업체들이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고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늘리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간 괴리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은 또 폭등세를 보여 출하 감소→재고 확보→가수요 확대→제품가 인상→출하 지연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 사재기 논란
건설업계에서는 유통업계가 재고를 확보하고 물량을 대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통업계는 철강업체가 출하를 조절하고 있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에 대해 생산업체는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사재기를 하고 있는 곳은 유통업체와 수요업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 흐름의 과정을 보면 특정 경로가 아니라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이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우선 고철을 들여와 철근 형강 등을 생산하는 전기로업체의 경우 원자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철가격의 경우 지난해 1월 t당 1백68달러에서 최근 3백15달러로 올랐지만 원하는 물량을 잡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수입가격이 오르자 국내 중소 고철판매상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가격이 더 오르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전기로 업체측은 "원자재값 상승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제품은 정상적으로 출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전기로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거나 t당 5만∼10만원 더 받을 수 있는 중국 등으로 물량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반월에서 가정용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 업체 임원은 "최근 철강업체 J사가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조업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2만t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앞으로 가격이 오르리라 예상하고 생산을 중단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유통업체도 사재기와 관련해 실수요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철근의 경우 건설업체에서 아우성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메이커에서 보내는 물량이 중간에서 빠지고 있다"며 도매업체들이 사재기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대형 도매업체들이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매업체들도 항변하고 있다.
"가수요를 일으키는 곳은 건설업체"라는 설명이다.
건설사들이 재고를 건설현장 앞마당에 쌓아 놓고 있으면서도 추가적인 제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창고를 확인해 보고 제품을 내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용량을 앞서는 주문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급불균형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근가격은 1년새 4차례, 형강가격은 5차례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t당 37만원(어음가격 기준)이던 철근 구매가격이 최근엔 45만7천원으로 올랐고 형강은 33만원대에서 53만원대로 60%나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 중소업계 피해 극심
제품값 인상과 원재료 수급 차질의 피해는 중소업계가 고스란히 지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데다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안산공단의 한 철강 부품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원자재가격은 오르고 있고 현찰을 들고 가도 고철을 구입할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인천에 있는 주물업체 D사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도 가동을 절반으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공장 가동이 보름 정도에 그칠 것 같다"며 "직원들이 이탈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에 있는 주물업체 S사 관계자도 "최근 가동을 일부 중단하고 매일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원자재 파동이 심각해지자 기협중앙회는 6일 오전 주물 단조 철강조합 등 36개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원자재 파동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주ㆍ정태웅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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