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부산시장이 부산구치소에서 자살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관행과 구치소 운영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는 일단 '무죄'로 봐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요원하고 예산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혐의자는 일단 가둬 놓고 보자'는 검찰의 편의주의적 수사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피의자를 '보호'해야 할 구치소의 운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답지 않게 전근대적이다. ◆ 방치된 피의자 인권 =목매 자살한 안 시장이 수감됐던 부산구치소의 경우 복도를 제외한 실내난방이 전혀 안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족들은 "유난히 추웠던 부산날씨 탓에 정상인도 활동하기 힘든데 평소 추위를 타는 안 시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이는 혐의자를 죄인 취급하는 '형벌'이나 만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개월여간의 수감생활 동안 피폐해진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자살의 한 원인이라는 것. 안 시장은 면회를 온 측근들에게 추위 등 고통을 호소했지만 구치소측은 '1인당 2벌'이라는 규정을 들어 솜옷과 내복 반입을 거절했다. 안 시장이 지난달 17일 뇌출혈 의심증세로 긴급 수송돼 일반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그 결과라는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변호인들은 병원가료 또는 병보석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안 시장의 한 측근은 "유죄판정이 나지 않았는 데도 범죄인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죄가 확정될 때까지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면서 정상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구치소의 환경조성이 아쉽다"고 한탄했다. 특별대우가 아닌 '기본 인권' 문제라는 주장이다. ◆ 구멍난 의료체계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은 피의자들을 수용하는 구치소에 상시대기 의료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2천5백여명이 수용된 부산구치소 역시 상시대기 의료인력이 없어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병원으로 피의자를 이송하는게 유일한 응급조치인 실정이다. 교도관이 직접 작성하는 접견부에는 "안 시장은 한때 의식이 없어 부인을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적혀 있다. 안 시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는 데도 구치소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구속 수사' 남발 =구속수감을 경험해본 '피의자'들은 무엇보다 '구속하고 보자'는 수사관행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국내 구속수사 빈도는 국내 사법체계의 모델인 일본 독일보다 최고 40배에 달한다는 것. 검사 출신의 K변호사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효율을 명분으로 구속수사하는게 많다"며 "이중 상당수가 수사편의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시장도 '수사'를 제대로 받지도 않은 채 검찰의 편의에 따라 서울과 부산구치소를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김태현ㆍ이관우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