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을 공부해 견성(見性)했다면 모를까 견성도,공부도 제대로 못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참선하는 스님들의 겨울철 집중 수행인 동안거(冬安居) 해제(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4일.경북 봉화군 각화사 태백선원의 수좌들은 주지 스님을 통해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선원장 고우 스님도 "수좌들의 뜻이 완강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수좌들은 "견성도,공부도 못했다"고 했지만 태백선원의 수행가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7년 전부터 3개월간의 안거를 하루 15시간씩 참선하는 '가행정진'으로 치렀고,지난 2002년 동안거부터는 1년 단위로 가행정진키로 해 이번 동안거를 포함해 15개월간 정진해왔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든 수좌들은 밤 1시에 일어나 참선을 시작한다. 정진 시간은 아침 먹기 전까지 4시간,아침 식사 후 4시간,점심 식사 후 3시간,저녁 식사 후 4시간.밥 먹는 것만 빼면 참선,또 참선이다. 병을 포함해 이유를 불문하고 1시간이라도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즉시 퇴방이다. 또 중도에 정진을 포기하면 3년간 태백선원 입방이 금지된다. 3시간의 수면시간이 정해져있지만 실제로는 1∼2시간만 자거나 아예 자지 않는 스님도 많다고 한다. 15개월을 제대로 자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주지 철산 스님은 "몇 번씩 까무러치는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전한다. 특히 처음 한두 달은 피로가 극에 달한다. 몸이 적응하지 못해 이가 솟아오르기도 하고,없던 병도 생기지만 그 뒤로는 오히려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관건은 깨쳐야겠다는 의지와 참선하는 행위가 일치되느냐의 여부다. 둘이 일치되면 아무리 오랜 시간을 정진해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병도 생기고 공부도 진척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32명이 뜻을 모아 시작한 15개월 가행정진을 끝낸 수좌는 20명.고우 스님은 "수좌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육체의 여러 조건들을 극복한 힘은 평생 갈 것이라고 대견해했다. 그러나 깨달음을 향한 정진의 길은 멀기만 하다. 수좌들은 당장 해제 다음날 하안거를 위한 방부(입방원서)를 원하는 선원에 들이고,해제 기간에도 1∼2달씩 정진하는 '산철결제'에 대부분 참여한다. 고우 스님은 그래서 "견성하는 날이 해제일"이라고 했다. 봉화=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