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ticketlink.co.kr 영화 '실미도'가 관객 1천만명 동원을 앞두고 있다.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우리 영화가 언제 이렇게 성장했을까. 품안의 어린아이와 같을 줄 알았던 자식이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된 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크린 쿼터의 보호를 받으며 관객 동원 1백만을 넘기는 것을 기록으로 여기던 한국 영화였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관객 동원 1백만은 그다지 인상적인 기록 축에 끼지 못하게 되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많이 건립되어 관객들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은 예매 문화도 이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 영화 성장의 큰 동력은 우리 사회가 점점 열린 사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에서도 관객 동원에 성공한 '쉬리',그리고 'JSA' '실미도'에 이르기까지 소위 '대박'을 기록하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한때는 금기시되었던 소재들이라는 것이다. 금기와 제약이 많은 사회에서 문화는 결코 성장하지 못한다. 영화를 포함한 문화의 본질은 낯선 삶에 대한 동경이다. 획일화된 사회에서 낯선 삶이란 있을 수 없다. 금기시되었던 소재가 풀리면서,한국 사회에서는 문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다른 삶들이 많아졌다. 문화 전반이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해진 것이 바로 한국 문화산업 경쟁력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일본 문화가 사실상 전면 개방되고 문화가의 풍경도 달라졌다. 거리에도 극장에도 일본 영화들의 포스터가 줄줄이 나붙기 시작하며 레코드 가게에서는 낯선 일본 그룹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본 문화의 주요 코드 중 하나가 거리낌 없는,다소 엽기적일 정도의 소재 개방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열린 사회로 가는 길에 또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이념이 묶고 있던 금기에서 우리 문화가 상당 부분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일본 문화를 맞아들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또 다른 금기와 제약을 버려야 하며,어떤 것을 끝까지 지켜야 할까? 우리 문화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향해 가는 길목에 던져진 숙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