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데이터베이스(DB) 정보의 저작권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은 인터넷상의 각종 저작권 침해에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DB라도 편집자가 가지는 지적인 독창성,즉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모아 분류ㆍ선택하고 배열한 창작성이 있으면 편집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번 침해를 당하면 회복이 어려워 알게 모르게 속앓이를 해왔을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란 점에서 환영할 만한 판결이다. 이번 사건은 병역특례 취업 구인구직 웹사이트의 DB가 어느날 형식만 '살짝' 바뀐 채 다른 유사 사이트에 게재되면서 비롯됐다. 기업체에 일일이 물어서 병역특례 취업정보를 취합한 뒤 다시 웹사이트에서 검색이 용이하도록 일정한 목적에 따라 만든 DB를 무단으로 도용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 된 것이다. 인터넷상 저작권 침해는 DB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창작성이 인정될 만한 웹사이트마저 지능적으로 베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도만큼 저작권이 보호되고 있는지는 의문인 것이다. 물론 인터넷상 저작권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라는 원칙만은 흔들려선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 흐름이다. 국내외적으로 저작권 침해 논쟁을 야기했던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결국 유료화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해 감시대상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우선감시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인터넷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 측의 다른 의도가 작용한게 아니냐는 주장도 했지만 그 전에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점도 없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통상공세가 걱정돼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실질적인 인터넷 선진국이 되기 위해 더 절실한 것이 바로 지식재산권 존중 풍토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