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안방.극장가 인기돌풍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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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극장가에 몰아닥친 액션대작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태풍 속에서도 꿋꿋이 버틴 한국영화가 있다.
지난달 개봉한 이래 20여일 만에 2백80만명을 끌어모은 유하 감독의 액션드라마 '말죽거리 잔혹사'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인기 방송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재벌 2세역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권상우(28)는 이 작품에서 고교생 현수역으로 영화팬들을 흡입하고 있다.
안방과 극장을 두루 평정한 그의 매력은 한 마디로 '언밸런스의 미학'이다.
귀공자풍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혀 짧은 말투,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고교생역에 어울릴 만큼 앳된 용모,기계체조선수를 연상시킬 정도로 다듬어진 몸매,그것을 교복으로 감쪽같이 감춰버릴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이다.
"교복을 입는 배역을 더 맡고 싶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대본이 마음에 들었어요.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연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었어요.그것은 보기좋게 성공했고 제 생애 최고의 작품을 얻게 됐습니다."
그는 우연히도 출연작 '화산고''일단 뛰어''동갑내기 과외하기'등에서 고교생 배역만 맡았다.
그들은 활달하면서도 정형화된 인물이었지만 '말죽거리…'의 현수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다.
1970년대 말 고교를 다닌 주인공이 내면에 끓고 있던 용암을 폭발시키는 것이다.
"현수는 억압과 폭력이 지배하던 학원에서 꾹 눌러오던 감정을 터뜨렸지요.처음에는 이 배역이 조연처럼 느껴져 의문을 품었습니다.현수의 친구 우식은 멋있고 화려하거든요.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평범한 인물이야말로 진짜 주인공이란 사실을 깨달았지요."
감정 폭발은 이소룡의 절권도 싸움으로 표현됐다.
그것은 진짜 이소룡의 활극처럼 정제된 액션은 아니지만 감정의 선혈이 낭자한 뜨거운 액션이다.
권상우는 스턴트나 와이어 없이 몸소 실연했다.
"싸움을 잘 못하던 현수가 갑자기 선수처럼 바뀐다면 이상하지요.멋있는 동작보다는 분노가 묻어 있는 동작을 만들어 냈어요.팬들이 기대했던 게 그것이지요."
그는 사실 '이소룡 시대'가 지난 뒤 '성룡 시대'에 자랐다.
그러나 이소룡은 세대를 초월한 아이콘이며 70년대 말의 입시지옥은 신세대로 대물림된 유산이란 점에서 현수역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고 한다.
"신작 영화 '신부수업'에서 성직자역을 맡아 새롭게 변신할 겁니다.영화 연기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방송보다 영화에 주력하겠습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