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2월중 주총을 열었던 상장기업 A사는 올해 주총시점을 3월로 연기했다.


외부감사를 진행중인 회계법인과 대손충당금 설정기준 등에서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조정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대주주간 분쟁 외에도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의 지배구조 개선 및 배당증액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늑장 주총 기업 속출


넥센타이어가 오는 13일 정기주총을 개최할 예정인데 이어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계열사들이 이달 27일 주총을 연다.


POSCO 등 지난해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도 실적발표와 함께 주총일정을 확정했다.


그러나 주총 일정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거나 늦추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월중 주총을 연 상장사는 56개사에 달했으나 올해의 경우 6일 현재 28개사만이 이달 중 일정을 확정,작년대비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올 2월중 주총을 여는 기업수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며 "외부감사문제외에도 새롭게 부상한 외국인주주 대응전략 등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고강도 감사로 결산 지연


올 주총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회계법인의 감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회계법인들은 감사투입 시간과 인원을 대폭 늘리고 내부 심리절차도 대폭 강화했다.


최종철 영화회계법인 부대표는 "매출이나 이익부풀리기 등 고전적인 분식을 밝혀내는 것은 물론 회계사가 발송과 회신을 책임지는 은행조회서 감사 등을 훑어봐야 하는 관계로 감사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설정 및 지분법평가 등을 놓고 회계사와 의견조율이 늦어져 주총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는 2월에 주총을 했지만 올해는 3월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된 한 기업의 관계자는 "소액주주나 기관들의 추궁이 뻔한 상황에서 서둘러 주총을 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외국인과 기관


증권업계에선 지난해 외국인 지분이 크게 늘어난 기업들이 올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당 확대는 물론 지배구조를 개선시켜줄 것으로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관들도 주주이익에 반하는 주총결정은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물론 동원투신 등 투신권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방침을 밝혀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저금리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낸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투신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 호전된 실적에 비해 배당수준이 기대이하로 낮다고 동원투신 이채원 자문운용실장은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같은 기업을 별도로 선별,이번 주총에서 배당증액 등 적극적인 주주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지분율이 2배 이상 늘어난 한 상장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현황을 설명하는 등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주총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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