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부분의 업종이 원자재 수급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는 원자재 가격상승에 품귀현상까지 겹쳐 공장의 가동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고, 오는 2분기부터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가동중단이 확산되면서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이른바 `2분기 대란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은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조짐을 보이고 있어 올해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과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내수 침체장기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얼마나 올랐나 = 농산물, 비철금속 등 17개 원자재 품목을 포함한 로이터 상품지수는 작년 6월(1천416.9)부터 오르기 시작, 지난 1월6일 1천671.1까지 올랐다. 특히 전기동(銅)의 경우 중국의 수요급증으로 국내에 전기동 원료인 동 스크랩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기동 가격 역시 작년 1월 t당 1천647달러에서 올 1월16일 2천389달러까지 상승했다. 알루미늄 역시 지난해 10월 t당 1천474달러에서 지난 1월16일 1천610달러까지상승했으며 니켈, 아연 등 여타 비철금속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고철과 빌릿(Billet.철근 반제품) 등 철강 원자재는 가격 급등으로 완제품보다원자재 가격이 더 높아지면서 제품을 생산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기현상도 벌어지고있다. 주로 일본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수입 빌릿 가격은 작년 3분기만 해도 t당 295달러에 머물던 것이 4분기 370달러까지 상승한 데 이어 최근에는 420달러선에 달하는 폭등세를 보였으나 완제품인 철근은 현재 t당 45만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열연강판의 원자재인 슬래브 수입가격도 작년말 305달러에서 올들어 35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열연강판의 수입가격은 현재 340달러에 그쳐 슬래브 가격을 밑돌았다. 석유화학 제품중 에틸렌은 t당 725달러로 지난해 12월(607달러)에 비해 118달러나 올랐으며 프로필렌은 지난해 12월(587달러)보다 43달러 상승한 630달러, 벤젠은지난해 12월(527달러)에 비해 43달러 오른 57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파장 =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원자재 파동의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공급업자들의 사재기까지 가세해 중소업체들은 조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있는 것. 경기도 시화공단내 철근 생산업체인 J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조업을 중단했고 포항 철강공단내의 한 철근업체도 지난달 30일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면서 철강업계에서는 확보해둔 원자재 물량이 바닥나는 3월이후 조업의 축소나 중단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이른바 `2분기 대란설'이확산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도 심각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물량을 구하지 못해 더 걱정"이라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 2.4분기부터 업계의 감산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화섬업계도 누적되고 있는 내부 부진에 원자재 가격 속등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업종별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제품가에 반영하려는 중간재 생산업계와 이에 반발하는 수요업계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원가부담을 제품가에 반영해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나 건설업계는 이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고 정부에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은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원재료 구매부담 증가로자금압박도 받고 있지만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해 채산성까지 악화되는 3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수출품목의 경우 완제품 원가구성에서 부품 및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주력상품의 가격 경쟁력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책은 = 산업자원부는 최근 원자재 파동이 확산되자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기위해 조선용 후판의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니켈괴, 알루미늄괴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고철 수급실태 파악을 위해 2개 조사팀을 구성, 매점매석 등을 단속하는 한편 관련업계와 고철수급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또 중소 수출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할당관세 대항품목을 확대, 주요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인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빚어지고 있는 원자재 파동은 근본적으로 중국 경제의 과열과 세계경기 회복 기대감에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기수요가 가세해 초래된 것이어서 이같은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경련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외자원 확보 차원에서 호주, 캐나다 등의자원 부국들과 자원협력 외교를 강화하고 부품.소재산업의 대형화 및 전문화를 유도,원자재 가격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중국은 현재 과잉투자가 지속되면서 `원자재의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어 원자재 파동이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면서 "기업들의 부담경감을 위해 정부가 고환율 정책기조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