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발전기금 모금에 사활을 걸면서 모금능력이 총장의 능력을 재는 척도가 된지 오래다. 이 척도에 따라 뜨고 있는 총장이 있다. 바로 중앙대 박명수 총장(67)이다. 지난 2001년 취임하자 마자 70억원, 그 다음해 80억원, 지난해 1백억원을 모았다. 박총장 취임전 모금액이 연평균 12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이 돈의 60% 이상은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다. 서울대 연세대 등이 기업으로부터 한번에 거액을 유치하는 것과는 다르다. 불황에 기업의 돈줄이 마르면서 다른 대학들은 자연스레 동문의 주머니를 여는 박 총장의 비법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잊고 있었던 18만 동문에 대해 서비스를 달리했더니 동문이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갖게되고 자연스레 돈이 모이더군요." 취임 후 박 총장은 동문에게 학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20여명의 학생 텔레마케터를 써 동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들에게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원을 부탁했다. 생일, 결혼기념일에는 축하 문자메시지와 카드를 보냈다. 카드 밑에는 한통에 3천원인 자동모금전화(ARS) 번호도 잊지 않았다. 현재까지 2만5천통의 ARS 전화가 걸려왔다. 직접 밤마다 '접대'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02년 약대 동문인 제약회사 회장, 사장 등 6명을 만난 자리에서 "학교가 뭐 해준 것이 있느냐"는 꾸중(?)도 들었지만 이후 약대 연구기금 8억원과 약대 건물건립기금 15억원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해외 동문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외국을 뛴 것만도 7차례. 지난달에도 7박8일간 인도네시아와 호주, 뉴질랜드 3국을 도는 강행군속에 1억원과 미화 3만달러를 모았다. 총장이 뛰면서 돈이 자연스레 모였다. 70대 여성 동문이 집을 내놓는가 하면 전 동문회장은 변호사 입회하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 총장은 또 돈을 낸 동문에겐 그 돈이 어떻게 쓰인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준다. 이렇게 모인 돈은 '2018년까지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되겠다'는 '드래곤 2018' 계획의 추진력이 되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건물만 9개, 1천4백37억원 규모에 달한다. 박 총장도 솔선수범해 발전기금을 내면서 '1% 기부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1년만에 1천4백명을 넘었다. 학장 평가시 '발전기금 모금' 성적을 평가하자 18개 단과대 사이에 경쟁도 붙었다. 발전기금을 많이 모은 직원이나 교수에겐 인센티브(5%)를 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학교 홈페이지 쇼핑몰을 통해 보험상품 등을 팔고 있다. 앞으로 웨딩, 여행상품 등을 특화할 생각이다. 박 총장은 "동문이 결속되고 있어 학교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다만 이런 동문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