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9일 국회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FTA 반대가 '애국'이 아니라 나라 경제를 망치는 '쇄국'이라는 여론이 들끓고있는 가운데 박관용 국회의장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엔 한.칠레 FTA협정 비준안을처리하겠다고 선언한데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대표들도 협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화갑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분위기가 악화된 민주당이확실한 입장을 밝히지않는데다 농촌 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의외의 결과를 나을수도있다고 보고 FTA 비준안 통과를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의 배기운 의원(전남 나주)은 FTA 반대를 위해 지난 7일 오후부터 무기한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과 전국농민연대는 9일 오전여의도에서 FTA의 국회 비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로 해 경찰과 충돌이 예상된다. 김진표 재경부총리는 8일 SBS '염재호의 시사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칠레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가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고 "국회의 FTA처리 결과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이번에 통과되지 않는다면 세계 외교사에 유례가 없는 나쁜 결과로 우리 경제의 대외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칠레 FTA 피해 지원 1조5천억원 김진표 부총리는 향후 계속될 외국과의 FTA 협정 체결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농촌의 피해를 보상하고 농업경쟁력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10년간 농림부문에 119조원을 투.융자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타 부처의 농림사업 예산을 합할 경우 전체 지원예산 규모는 186조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한.칠레 FTA협정으로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과수 농가를 위한향후 7년간 지원액을 당초 1조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는 한.칠레 FTA 협정으로 예상되는 과수농가 피해액 7천800억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피해를 전액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 FTA 피해는 일부 과수농가 국한 정부는 한.칠레 FTA로 인한 피해는 일부 과수농가에 국한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마치 우리 농촌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칠레 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쌀과 같은 민감한 품목과 칠레가 경쟁력을가진 사과와 배, 고추.마늘.양파는 협상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했고, 포도의 경우 11월∼다음해 4월 수입되는 것에 한해 10년간 관세를 균등하게 인하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정부는 칠레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이라는 농민단체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칠레의 농산물 수출 규모는 지난 2002년 71억달러로 세계 14위이며 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FTA 비준 지연으로 칠레 바이어 이탈 급증 재경부는 한.칠레 FTA협정 비준이 지연되면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칠레 바이어들의 이탈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칠레 지역 수출업체들은 현재 FTA 협정 체결을 기다리며 일시적인가격인하 등의 고육책으로 시장을 지키고 있으나 FTA 비준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을 잃을 수 밖에 없고 이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으나 중남미 지역에 대한 수출은 2% 정도 감소했다. 재경부는 칠레가 이미 30여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기때문에 한.칠레 FTA비준이 늦어질 경우 수입선을 FTA 체결국으로 전환하면 우리만 큰 손해를 보게 되며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도 FTA 미체결국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외 신뢰도 추락 우려 정부는 FTA 비준이 지연될 경우 경제적 불이익 외에 국가 신뢰도 하락을 크게걱정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무역규모가 세계 12위, 대외무역의존도가 66%로 경제를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첫 FTA 체결에서 제동이 걸린다면 대외 신뢰도가 떨어져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에 타격을 입고 이는 국가적 피해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추진중인 일본,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파트너들이 한국을 FTA 대상국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FTA 비준이 지연될 경우 FTA이행 특별기금 등 농촌지원대책이 시행되지못해 농민들이 당장 피해를 보게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FTA 피해 보상 등을 위해 올해 책정한 예산이 5천억원 정도인데 FTA 비준이 늦어지면 이 자금이 예비비로 묶여 농민들이 직접 피해를 보게된다"고 설명했다. ◆ 총선이후 FTA 비준처리는 사실상 불가능 정부는 한.칠레 FTA비준안 처리를 농촌지역구 의원들의 입장을 감안해 4월 총선이후로 미루자는 일부 견해에 대해 "이는 FTA를 하지말자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새로 국회가 구성되면 정부는 한.칠레 FTA 비준 동의안 제출부터 상임위, 본회의 상정 등의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원점에서 다시 진행해야 하며 의원들에게 비준안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입장이다. 특히 17대 국회에서 농촌지역 출신 의원들의 FTA에 대한 반발은 더욱 강력할 것이므로 오히려 지금보다 비준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재경부는 "새로 당선된 농촌지역구 초선 의원들이 의욕적으로 지역구의 입장을반영해 강한 반대의사를 고수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