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중순께로 예정된 새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1백50조원 규모의 수탁업무를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기임원 추가선임이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 등 부담은 늘어난 반면 수탁보수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라 수탁업무의 수익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탁은 투신사의 펀드자산을 보관하는 업무로,현재 14개 국내은행과 3개 외국계 은행이 맡고 있다. 경남은행 등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수탁업무를 접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국민 하나 등 대형 수탁은행들도 입법예고안의 수정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등기임원 추가선임 △은행 고유업무와 수탁업무에 대한 임직원 겸직금지 △손배소 연대책임 가능성 확대 등 세 가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등기임원은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은행장과 감사 등 3명을 넘지 않고 있다"면서 "수수료(수탁보수)가 수탁액의 0.03% 정도로 낮은 상황에서 수탁과 신탁을 담당하는 등기임원을 따로 두도록 한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확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서 임원의 범위를 집행이사로 확대한 선례도 있다"면서 "임원범위 확대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수익성이 없는 수탁업무를 포기한다는게 내부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은행 고유업무와 수탁ㆍ신탁업무 사이에 방화벽을 만드는 한편 수탁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은행들이 수탁업무를 포기할 경우 수십조원대의 펀드자산이 거래은행을 옮겨야 하는 것은 물론 수탁시장의 일대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법은 작년 말 입법예고돼 지난 1월4일부터 시행됐지만 시행령 등 하위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발효가 늦춰지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