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연수씨(34ㆍ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작년말 급히 1천만원이 필요해 은행 창구를 찾았다. 대출도 없었던데다 신용 상태도 괜찮아 쉽게 신용 대출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은행 직원은 "연체 사실이 세 번이나 있어 당장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신용불량자가 아닌 박씨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주범은 바로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결제일을 넘겨 대금을 갚은 적이 몇 번 있었다. 연체금액도 많지 않고 연체후 3개월 안에 모두 갚아 괜찮으려니 생각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됐다. ◆ 신용은 돈이다 =박씨처럼 과거의 연체경력으로 인해 낭패를 본 사람이 많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자신의 신용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평소 신용관리를 제대로 해 놓으면 필요할 때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무리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현재 은행 등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신용평점제도(CSSㆍCredit Scoring System)'에 의해 고객의 신용상태를 점수로 산출한다. 이를 근거로 대출 여부와 대출 금액을 결정하고 있다. 신용평점제도에서는 개인 및 가족의 결혼여부, 부양가족수 등 인적사항에서부터 △주택소유 여부 △직장관련 정보 △소득관련 정보 △재산 정보 △거래 실적 △외부신용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주목할 것은 외부신용정보.여기에는 연체현황, 신용거래현황, 조회기록정보 등이 포함된다. 이중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신용등급을 매길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연체 여부다. 금융회사별로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연체 여부가 전체 평점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연체된 사실이 있으면 신용평점은 그 만큼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 월 신용한도를 설정하자 =연체를 막기 위해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신용을 사용하면 된다. 신용 사용이란 대출금을 쓰거나 신용카드 및 할부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신용을 사용할 경우 언제든지 연체할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신용 한도는 자신의 소득 중 세금이나 국민연금, 의료 보험료 등과 같은 사회 보장 분담금을 제외한 가처분 소득을 근거로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한 달 가처분소득중 25% 미만이 적정한 신용한도인 것으로 지적된다. 25% 이상 사용할 경우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져 신용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만일 40% 이상을 사용하면 다른 용도로 사용할 돈도 없어져 신용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간주된다. 이를 기준으로할 때 우선 자신의 월 신용한도를 가처분소득의 25% 이내로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월 가처분소득이 2백만원이라면 신용한도액은 25%인 50만원이 된다. 이 범위 내에서 대출이자를 갚아나가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신용한도인 50만원에서 다른 부채의 월상환액을 빼면 된다. ◆ 신용은 만들 수 있다 =월소득액이 적어 높은 신용평가점수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신용을 좋게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거래은행을 이용하는 것.주거래은행을 선택해 모든 거래를 집중하면 필요할 때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거래실적으로 대출한도를 산정하는 '하나스마트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 대출은 철저하게 거래 실적만을 근거로 한다. 구체적으로 △요구불 예금 등 통장예금은 월평균잔액 1백만원당 10점 △저축성예금은 1백만원당 1점 △대출금은 1백만원당 0.3점 △신탁은 1백만원당 1.5점 △신용카드 사용액은 1백만원당 7.5점 △환전액은 1백만원당 1점 등을 부과한다. 전자금융 이용실적도 포함된다. 총점이 20점이 넘으면 아무 조건 없이 1천만원을 순수 신용으로 대출해 준다. 2백50점 이상이면 5천만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의 신용을 평소에 관리하되 주거래은행을 통한 신용쌓기가 중요하다. 신용은 내가 만들고, 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신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