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지제록스가 고급 형 복사기를 제외한 수출용 복사기 완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이는 △핵심 기술인 엔진의 개발·생산은 일본 본사가 담당하고 △완제품 조립은 중국 공장 △트레이모듈 등 주변기기의 연구개발(R&D)과 생산은 한국이 맡는다는 일본 후지제록스의 '3국 분업 전략'에 따른 것이다.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은 8일 한국경제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생산인력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이 인건비 상승으로 조립기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카스기 회장은 다만 "한국은 R&D 수준이 높은 데다 해당 인력 인건비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주요 부품의 R&D와 생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한국이 동북아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려면 이 같은 구조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지제록스 본사의 3국간 생산구조 재편 전략도 궁극적으로 이 같은 한국의 단점과 장점을 충분히 감안한 것"이라며 "R&D와 생산을 일체화시키려는 후지제록스의 전략이 한국 국가전략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에 재선임된 다카스기 회장은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으로써 내년 한·일 FTA 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FTA가 체결될 경우 1억5천만 인구,5조달러 규모의 단일 시장이 형성돼 한국과 일본이 자연스럽게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간의 단기적인 무역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볼 때 문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유명해 '삼겹살 회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다카스기 회장은 "노사문제가 한국의 투자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노사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투명성 확보가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문제 외에 세금문제,지식재산권문제,병원·학교 등 생활환경 문제가 외국계 기업 CEO로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산업공동화에 따른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일본은 실버산업,서비스산업 등 고령화 사회에 알맞은 산업 육성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카스기 회장은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해 "얼마 전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말한 'NAPO(No Antion Policy Only)'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남은 4년간의 임기 동안 정책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스기 회장은 1966년 후지제록스에 입사해 1998년 한국후지제록스의 전신인 코리아제록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