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쌍용차노조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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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란싱그룹이 지난 6일 우여곡절 끝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실사했다.
이날 실사는 매각 반대 투쟁을 해온 쌍용차 노조가 '실사 극력 저지'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이뤄졌다.
협상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한 발 물러섰지만,노조는 매각 반대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실사 현장에서 란싱측은 비교적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쌍용 관계자들은 변속기 시험설비 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 란싱측 관계자들에게 간략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란싱측 왕장 자동차서비스그룹 총괄 부사장은 실사 후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잘 짜여진 공장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쌍용차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성공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채권단의 지원과 임직원들이 지난 3년간 흘린 피땀 덕분이다.
지난 2000년 워크아웃 전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3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999년 1만5천여명이던 임직원이 현재 7천여명으로 줄었으나 자동차 생산량은 10만대 수준에서 16만대로 증가했다.
노조의 희생과 경영진의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체질 개선은 힘들었을 것이다.
회사가 좋아졌다고 채권단과의 약정까지 뒤집을 수 있을까? 채권단은 매각을 전제로 1999년 말 쌍용차와 워크아웃 약정을 맺었다.
1조2천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대신 회사가 정상화되면 채권을 회수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쌍용차 노조는 회사 매각 반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실사 현장에는 매각 반대를 위한 천막농성장이 걷히지 않았다.
"쌍용차가 워크아웃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갖춘 것은 출자전환을 해준 채권단의 지원이 기반이 됐지 않습니까? 주식 매각 여부는 노조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지요."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노조는 워크아웃의 원칙을 어기는 비현실적인 요구 대신 고용 보장 수준이나 투자계획 등을 놓고 인수자측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을 얻지 못하는 매각 반대 투쟁을 계속할 때 결국 누가 피해를 보게 될지 안타까운 현장이었다.
산업부 대기업팀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