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서울 반포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윤이정양(14)이 커다란 졸업선물을 받았다. 바로 엄마 아빠가 쓴 축하편지다. 엄마 구경은씨(41ㆍ주부)와 아빠 윤여훈씨(42ㆍ삼성카드 PRP팀장)가 정성들여 쓴 편지는 딸에게 보내는 부모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윤양은 "엄마 아빠한테서 종이편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예요"라며 기뻐했다. 윤양이 공개한 편지를 들여다 보자. ----------------------------------------------------------------- 사랑하는 이정에게. 이정아, 엄마 아빠야. 얼마 안 있으면 초등학교 졸업식이구나. 고사리손을 잡고 입학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학생이 되네. 엄마 아빠는 큰 탈 없이 커준 이정이가 너무 자랑스럽다. 지금은 8일 밤. 네가 자는 시간에 이 편지를 쓴단다. 이정아,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6년 동안 아빠 엄마가 해주지 못한 게 너무 많은 것 같구나. '꼭 지키마' 하고 철석같이 한 약속을 어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아빠는 영어공부를 함께 하자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못한 게 제일 마음에 걸린다. 1주일에 한두 번 꼭 도와주려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구나. 언제나 핑계는 회사 일이었지. 그런데도 우리 딸이 영어에 취미를 잃지 않아 여간 다행이 아니다. 영어 실력은 아빠를 닮았나 봐. ㅋ-ㅋ. 엄마는 너에게 동생이 없는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우리 딸이 잘 돌봐줬을 텐데 말이야. 너는 동생이 있는 친구를 부러워하곤 했지. 네 마음, 엄마는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엄마는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었단다. 직장 일로 어린 너를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맡겨 기를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단다.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그때 너를 맡기고 돌아설 때 많이 울었단다. 너는 모를거야. 아기 때였으니까. 그런 아기가 중학생 아가씨가 된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빠르구나. 엄마 아빠가 가장 놀랐던 적이 언제인지 아니? 2학년 때였던가. 네가 칼을 사용하다 잘못해 손가락을 크게 다쳤던 때야. 너무 많이 다쳐 병원에 갔더니 전신마취를 하고 접합수술을 해야 한다기에 엄마 아빠는 기절할 뻔했다. 다행히도 수술이 잘 돼 지금은 수술한 사실조차 잊고 지내더구나. 최근에 스노보드 타다가 왼손이 삔 것은 그 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뭐니. 이정아, 중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지금보다 훨씬 많을 거야. 엄마 키와 거의 비슷해진 우리 아가씨, 욕심도 많겠지. 엄마 아빠는 무엇보다 우리 이정이가 사춘기를 잘 보냈으면 한다. 아빠는 이정이가 벌써 아빠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조금은 섭섭하단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해도 아빠가 뽀뽀해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싫어하는 것 같아. 엄마하고는 잘 노는데 아빠는 미운가봐. ㅋ-ㅋ. 빠 엄마는 우리 이정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독서를 더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단다. 공부도 좋지만 책을 많이 읽는 딸이 되길 바래.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엄마 아빠는 네 성격이 활달해 친구를 잘 사귀리라 믿는다. 초등학교 선생님도 네가 리더십이 있어 두루두루 잘 사귄다고 말씀하셨거든. 팬클럽 일도 열심히 해보렴. 네가 좋아하는 그룹 신화의 콘서트에 예전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가자. 아 참, 졸업선물로 MP3를 받고 싶다고 했지. 편지 쓰기 전에 엄마 아빠는 결정했단다. 엄마가 꼭 사주자고 하셨다는 사실, 잊으면 안돼. 졸업식이 끝난 뒤 함께 가서 사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것을 미리 골라 놓으렴. 밤이 깊었구나. 사랑하는 우리 딸,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2004년 2월8일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