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대륙이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변하고 있다. 중국에는 지난 한햇동안 4만1천여개의 외자기업이 진출했다. 하루에 1백12개사가 생겨난 꼴이다. 특히 최근들어 고급두뇌를 필요로 하는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와 연구센터가 잇따라 설립되면서 외국인 인재의 유입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매년 24만명의 외국인 인재가 중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추산했다. 프랑스의 알카텔이 지난 2002년 푸둥신구에 세운 아시아ㆍ태평양 연구개발센터. 16개 국가 및 지역에서 온 2천여명의 연구인력이 3세대 이동통신기술을 개발중이다. 지난해 11월 외국 철강회사로는 처음 중국에 지주회사를 세운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포스코차이나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의 최고 엘리트들을 중국에 전진배치 하겠다"고 강조했다. 외자기업 진출과 함께 외국인 인재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중국에 고급기술자들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하이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이 현지 헤드헌팅회사를 통해 일본인 퇴직기술자라도 구해 달라고 의뢰한게 단적인 예이다. 지난해 1차로 파악된 1천4백명의 일본인 퇴직기술자 중 일부가 올해부터 중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 인재들이 중국 진출 외국기업에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토종기업은 물론 대학과 정부기관에 눈길을 보내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중국사회 전 분야에 외국인 인재가 빠른 속도로 '수혈'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도성장에 매력을 느끼는 외국인들의 '차이나드림'과 중국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인재 유치가 맞물린 결과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의 한 호텔. 상하이시의 푸둥신구(浦東新區)가 주최한 '해외인재 취업로드쇼'에 1천5백여명이 몰려 들었다. 9백명의 좌석 밖에 마련되지 않은 탓에 구직자들이 호텔 2층 행사장에서부터 문 밖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현지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는게 푸둥신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수잔 조(한국명 조인자) 란싱그룹 부총재는 중국기업에서 차이나드림을 일구는 대표적 인물이다. 고등학교때 미국에 건너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계 및 사교계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한 덕에 지난 2001년 란싱그룹 부총재로 발탁됐다. 중국 국유기업 제1호 외국인 임원으로 발탁된 것이다. 선전의 건강원그룹이 대만인 전문경영인을 계열 제약회사의 최고경영자로 두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외국인을 경영진으로 '수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중국 캠퍼스에도 외국인 인재들이 속속 입성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학기 부터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에서 '글로벌리더십'을 강의하는 미국 골드만삭스 존 손턴 전 부회장은 1천1백20만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베이징에 왔다. 그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세기 중 중국경제 규모가 미국을 초과할 것"이라며 "중국을 아주 잘 이해하는 미국인이 되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대학으로 밀려드는 외국인 유학생 역시 '차이나 드림'의 반영이다. 현재 베이징 시내 대학에는 3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어학연수생 포함)이 공부하고 있으며 올해 4만명, 2008년에는 1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게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의 분석이다. 베이징 시내 대학생 10명 중 한명이 외국인 유학생이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해외 인재들도 늘고 있다. 저장성 샤오싱시의 투자국에 가면 검은 피부에 약간 곱슬머리의 인도인 닐레스 샤마를 만날 수 있다. 저장성 1호 외국인 공무원이다. 뭄바이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의 그는 인도업체의 투자를 유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5세의 샤마는 "중국 여인과 결혼하고 싶다"며 현지 생활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선진국에서 고급 인력들의 취업난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어 해외 인재들의 중국행은 앞으로도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휴렛팩커드차이나의 잭 수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취업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과 선진국의 고용불안 그리고 "13억 인구대국을 인재강국으로 전환해야 한다"(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는 국가 지도자의 인식이 어우러져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세계 인재들이 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