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지난해말과 지난달에 이어 9일 세번째로 본회의에서 시도됐다. 하지만 비준안을 처리하려는 박관용 국회의장 및 각 당 지도부,이에 반대하는 농촌출신 의원들이 지난 두번에 이어 이번에도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찬·반 당론을 모으는데 실패,자유투표로 임했다. 열린우리당은 일찌감치 찬성 당론을 정했다. 특히 농촌출신 의원들 수십명이 반대 토론에 나서 비준안 처리 지연 작전을 펴기도 했다. ◆힘겨루기=박관용 의장과 각 당 지도부는 이날 비준안 처리 시도 전 반대파 의원들에 대해 '회유와 설득'에 나섰다. 박 의장은 "더 이상 직무 유기를 할 수 없다"며 "차수변경까지 갈 수 있다.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비준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박 의장은 물리적 저항이 있으면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당내에 반대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9일 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도 "많은 논란이 있으나 지난번 결정대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도 찬성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현경대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비준안에 반대하는 농촌출신 의원들이 쇄국주의자로 비쳐지는데,그렇지 않다"며 "농민부채 경감책 등 확실한 대응방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배기운 의원도 "구체적 대책없이는 비준안 통과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표결방식 논란=비준안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농어촌의정회 소속 의원 20여명은 본회의 직전 모임을 갖고 공개 투표가 받아들여질 경우 물리적 저지를 않는 대신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이들은 59명의 서명을 받은 'FTA공개투표 요구서'를 박관용 의장에게 전달했다. 이규택 의원은 모임 직후 "일반 안건에 대해 비밀투표를 실시한 전례가 없다"며 "비밀투표시에는 상황에 따라 물리력을 동원해 막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에 가세했다. 이정일 의원은 40여명의 서명을 받아 공개투표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무기명비밀투표를 주장해 논란을 벌였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투표방식은 공개투표를 원칙으로 하되 국회의원 5분의1 이상 요구시 비공개 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