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근로의 대가다.'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금전적 보상일 뿐이다.' 최근 2∼3년 동안 생산성 독려와 노조 달래기 차원에서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성과급이 기업경영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고임금 생산직 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사업장 노조를 중심으로 성과급을 포함해 평균임금을 재산정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최악의 경우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부담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노조는 소송을 통해 퇴직금을 제대로 받아내겠다는 방침인 데다 법원도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추세다.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이 남아있지만 회사측이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쟁점은 평균임금 산정 방식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추가되는 항목 중에서도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성과급이다. 중식비와 개인연금 보조금,명절 선물비 등은 액수가 미미한 반면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3백∼5백%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성과급이 지급사유와 시기가 확정적이지 않은 만큼 회사가 베푸는 금전적 시혜(施惠)로서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퇴직자 노조원 2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지급사유가 불확정하다는 형식적 사유만을 근거로 성과급과 격려금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원의 손을 들어줬다. 단체협약상 회사에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고 일정요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일괄 지급해왔다는 점도 고려됐다. ◆기업의 막대한 비용부담 지난해 성과급을 3백60%(통상임금 기준) 지급한 회사의 경우 추가 부담해야 할 퇴직금은 이를 12분의 1로 나눈 30%. 성과급을 최근 3년간 연속 지급했다면 직원 1명당 약 1개월치의 월급이 추가로 나가는 셈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최근 3년간 사상 유래 없는 호황기를 누려온 업종의 경우 연말마다 정기보너스 외에 3백∼7백% 이상 성과급을 얹혀준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비용부담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생산직 평균 근속연수가 16년차인 한 조선업체의 경우 퇴직금 추가 부담액이 1천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이 2만명인 대형 사업장의 경우 일시에 2천억원의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강성노조를 둔 대기업들은 임단협 타결시 노사화합 특별격려금이나 산업평화 촉진금,경쟁력 강화 격려금 등의 각종 명목을 보태 실질임금을 높여왔다. 노조의 이익배분 요구도 거세졌지만 '선(先)성과-후(後)보상'을 제시한 회사로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한 조선업체는 지난해 결산에 앞서 금융당국에 퇴직금 충당금이 1천억원에 육박한다며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지를 조회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계의 최근 움직임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점과 최근 2∼3년부터 성과급이 집중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감안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