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76)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민음사,전2권,송병선 옮김)이 번역돼 나왔다. 책은 마르케스가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처음 출간했던 소설로 시간을 초월한 남녀간의 낭만적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마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미국과 중남미에서 '닥터 지바고''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과 함께 추천도서 목록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콜롬비아 카리브 해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을 배경으로 식민시대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랑했던 여자 페르미나 다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무려 51년 9개월 4일을 기다린 남자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이야기가 작품의 기본 뼈대다. 의사인 우르비노 박사는 친구의 자살을 계기로 자신의 죽음도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어느날 우르비노 박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자 플로렌티노는 장례식장에서 우르비노 박사의 미망인 페르미나에게 다시 한번 사랑을 고백한다. 소설은 이 때부터 5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한 청년 플로렌티노는 부유한 상인의 딸 페르미나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누지만 페르미나의 아버지는 두 사람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딸에게 여행을 강권한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페르미나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별을 고한다. 얼핏보기에 평범한 러브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19세기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과 풍자가 숨어 있다. 작가는 제목에서 시사하듯 사랑과 늙음,질병이라는 주제와 함께 자살과 노화공포,근대화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콜롬비아 대학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진 프랑코는 이 작품에 대해 "19세기의 진보가 남긴 폐허 속에서 아직도 살아남은 전통적 삶의 모습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