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ts@maxmovie.com 학부모들은 다 알고 있다. 대학 입시는 마라톤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달리는 게 아니다. 대부분 유아원 시절부터 뛴다. 말문이 트이자마자 트랙에 올라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후 거의 15년 이상 달리는 초장거리 레이스다. 여느 마라톤처럼 코스를 세분하여 속도를 조절하는 법도 없다. 모두가 출발선부터 전력 질주한다. 처음엔 설렁설렁 달리고 막판에 스퍼트를 올리려다간 선두 대열에 영영 못 끼게 될 수 있다. 1백m 경주처럼 숨이 턱에 차오른 상태에서 내리 풀코스를 달려야 한다. 고독한 경주도 아니다. 온 가족의 시간과 돈과 정보를 '올인'하고 있다. 집안이 가난하거나,어머니가 취업주부이거나,"예전에는 과외 없이도 대학만 잘 갔다"는 회고형 학부모를 두고 있다면 일단 불리하다. 말이 대학 입시이지 실제론 가세(家勢)를 건 총력전이다. 반면 교육당국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학 입시를 내신 위주로 하면 학교 수업에 충실하게 되고,심야 학원을 단속하면 주간에만 공부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계몽성 광고로 선행학습 풍조가 사라지리라 기대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입시 마라톤은 무한경쟁이 된 지 오래다. 학생의 미래와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계층 상승을 꿈꾸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숙명과도 같다. 교육당국이 말라면 말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교과서 위주로 시험을 쉽게 내든,참고서 위주로 어렵게 내든 레이스의 형태만 바뀔 뿐 경쟁의 치열함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수행평가나 특별활동 가산점을 만들어도 학부모만 고달프다. 선행학습은 경쟁의 산물일 뿐이다. 교육정책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극한의 레이스를 중단시키지 못할 바에는 그 부작용이라도 완화시켜주는 게 합리적이다. 우선 수준별 학습이라도 도입했으면 한다. 분반하여 잘하는 학생은 심화교육을,부족한 학생은 보충학습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학부모는 과외비 부담을 덜고 학생은 시간과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교사는 권위를,공교육은 쓸모를 되찾을 수 있다. 니체의 말대로 무릇 현실적인 것은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