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회법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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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반대하는 이른바 '농촌당' 의원들이 기명투표를 실시하자고 요구해 놓고 막상 투표에 들어가자 이를 반대하는 '자기 모순'을 저지른 것이다.
이는 '농촌당' 출신 의원들이 국회법을 모르는 데서 기인한 웃지 못할 '소동'이었다.
당초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무기명투표를 요구하는 안과 기명투표를 요구하는 안,두 가지가 상정됐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 등 비준안에 찬성하는 의원 54명이 먼저 무기명투표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정일 의원을 비롯한 농촌 출신 의원 57명이 부랴부랴 기명투표안을 제출,통과시켰다.
무기명으로 할 경우 비준안 통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촌당' 의원들이 기명투표를 전자투표로 착각했다는 데 있다.
'농촌당' 의원들은 찬반 의원 명단을 전광판에 즉시 공개하는 전자투표를 통해 도시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박관용 국회의장이 "기명투표는 전자투표가 아닌 이름이 적힌 용지에 투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하자,농촌당 의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정일 의원 등은 '법대로' 기명투표를 실시하려는 박 의장에게 "편파적 해석"이라며 거칠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들이 이런 행동을 보인 이유는 총선을 의식해서다.
비준안이 통과 되더라도 "나는 반대했다"는 징표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자기 모순'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FTA 비준안과 이라크 파병안에는 그토록 미적미적거리던 의원들은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은 '잽싸게' 처리했다.
국익과 직결된 안건들은 외면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는 일사천리로 대응한 것이다.
각 당 지도부는 10일 뒤늦게 '자성'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국회법도 제대로 모르는 의원들이 과연 FTA를 반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