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학생이 매우 솔직한 질문을 했다. 교수님, 미국에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학자들이 많은 데 우리나라에는 왜 별로 없습니까? 미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원래 더 우수해서 그렇습니까? 물론 아니다. 매우 당황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사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의 교수사회가 한국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얘기다. 경쟁은 두 가지의 이점이 있다. 하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경쟁에 직면해 있으면 끊임없이 압박과 도전을 받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교육효과이다. 경쟁자들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장단점을 서로 배운다. 이러한 '최선의 노력'과 '상호간의 교육효과'는 경쟁집단 전체의 경쟁력도 높이게 된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쟁이 있어야 하고 경쟁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평가제가 있어야 한다. 경쟁력, 경쟁, 평가의 세 축이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선·후진국의 차이는 무엇보다 평가제에 달려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교사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좋은 평가제를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평가제는 오히려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올바른 평가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좋은 평가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평가의 핵심변수를 찾아내고 적절한 가중치를 결정하는 일이다. 미국 교수사회에서는 "논문을 발표하지 못하면 여기서 없어져라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수가 해야 할 연구·교육·행정 중에서 연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핵심 변수라는 말이다. 초·중·고 교사의 경우 연구보다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이에 알맞은 평가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현직교사에 의하면, 주변의 선생님들이 너무나 열심히 하고 있어 같은 교사로서 존경스러울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데 무엇을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업준비나 학생지도와 관계없는 행정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면 기존의 평가모델을 개선해 교사업무의 우선 순위를 바꾸어야 한다. 둘째,평가의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가자가 한 사람이면 안 된다. 평가기준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채 교장이 독단적으로 하는 기존의 평가제는 안 된다. 일반 직장에서 평가자는 주로 직장상사, 동료, 소비자이다. 전문적인 직종일수록 평가자의 가중치는 역순이다. 다시 말해 저기술 단순 직종일 경우는 직장상사의 평가가 제일 중요하고, 고기술 전문 직종일 경우 그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 평가가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동료평가와 상사 평가의 순이다. 학교의 경우는 평가자가 교장, 동료교사, 학생이 되는 데 아직까지 교장만이 평가자였다면 교사들을 전문직종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현재 사설학원이 학교보다 경쟁력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학원교사들은 수업을 잘하고 못하는 가에 따라 학원 수강생들로부터 즉시 평가를 받아 실적에 반영되는 반면, 학교교사들은 이러한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교육의 성격상 사설학원처럼 시장원리를 전면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원리를 깨닫지 못한다면 공교육의 정책을 어떻게 바꾸더라도 사교육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 얼마전 한 연구에서 "부잣집 자녀가 서울대에 많이 간다"라는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우선 부자가 돼야 한다라고 확대 해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러한 잘못된 사고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 핵심은 바로 경쟁이다. 공교육의 경쟁을 사교육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물론 경쟁의 결과로 교사를 퇴출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일부 교사들이 손해를 보겠지만 대다수 교사들의 경쟁력이 높아져서 우리 교육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