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입시에서도 명문대학의 이공계 재학생들이 의대·한의대로 옮겨 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매년 계속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우리나라 기술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더욱이 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보유 기술이 함께 빠져 나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이공계 출신의 채용 비율을 늘리는 정도의 단편적인 대책들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기술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 문제는 장학금이나 채용 비율 늘리기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공계 출신들이 취직을 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직장에서 열심히 연구개발을 해서 성과를 내도 그만한 대우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일본에서는 연구자를 푸대접한 기업에 직무발명의 대가로 2백억엔(약 2천2백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기업이 개발 당시 연구(발명)자에게 보상금으로 겨우 2만엔밖에 지불하지 않았던 청색발광 다이오드(LED)에 대해 1994∼2010년의 추정 매출액 1조2천86억엔 중 50%는 나카무라 슈지(현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교 교수)가 발명한 특허 때문이고,이익의 20%인 1천2백8억엔이 청색 LED에서 나온 것이라고 산정했다. 여기서 회사가 제공한 설비투자를 빼더라도 50%인 6백4억엔은 나카무라 개인의 발명 대가라 하고,이번 소송에서는 보상금 전부를 청구한 것이 아니라 일부인 2백억엔만 청구하였고 법원은 청구액 전부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단일 특허에 대한 보상금으로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고액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발명을 장려해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특허제도를 가르치는 입장에서,이 판결이 향후 직무발명 보상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기에 앞서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 또는 연구소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발명자들에게 실로 고무적인 뉴스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판결이 나온 배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착잡하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위 대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모 제조업체의 특허보상금도 등급에 따라 1건 출원시 5만∼10만원 정도다. 물론 특허가 출원되고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그 기술이 어떠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 기업이 총체적 역량을 동원해 특허 발명을 실용화하고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그 기술은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한 업계의 구조적 생리를 고려해 종업원의 발명을 장려하고 그 발명의 산업화를 촉진하자는 것이 직무발명이라는 법 규정을 제정하게 된 배경일 것이고,사용자로 하여금 통상실시권을 갖게 하거나 또는 정당한 보상을 종업원 발명자에게 지불하고 특허를 승계받거나 특허를 독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종업원 발명자나 기업 모두가 윈-윈 할 수 있고,나아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한다는 제도 취지는 무척이나 훌륭하지만,현실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재를 생각해 보건대,특허제도는 모두의 고민을 해결하는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제도로 보여진다. 특히,발명자에 대한 보상제도의 현실화 노력을 통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데,이에 전제돼야 할 것은 기업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라고 하겠다. 위 판결은,버블 붕괴 후 궤도를 잃었던 일본이 기술입국(技術立國)을 기조로 삼고 지식재산제도 활성화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경제를 일으키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최근 몇 년간 일본의 경제활성화 움직임은 결국 일본 경제의 근간이었던 기술개발 및 산업의 장려라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을 선두로 하는 기술산업이 우리나라의 기축이며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shyu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