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왕따' 자초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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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또 처리하지 못했다.
벌써 세번째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키겠다던 국회의장과 각당 지도부의 약속도 무용지물이었다.
국회가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도대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국회는 과연 국민을 대표하는 곳인가.
개인적 이해 때문에 FTA비준안 이라크파병안 등 중대한 국익이 걸린 사안을 내팽개치니 어이가 없다.
그러면서도 의원 석방요구안은 끼워넣기까지 하면서 통과시키니 파렴치도 이런 파렴치가 있을 수 있을까.
지난해 말 7명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모두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던 국회이고 보면 그들의 집단이기주의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농민단체가 주도한 반대서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이 재적과반수인 1백47명에 이르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익이나 명분이야 어찌됐든 표만 되면 일단 이름을 팔고 보는 기회주의적 행태에 다름아니다.
비준안이 재상정될 예정인 오는 16일 상황도 예측불허다.
지금까지도 못한 것을 총선이 더 가까워진 시점에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9일 표결이 이뤄졌다면 비준안이 부결될 가능성마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협상이란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일부 산업의 희생이 있더라도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전체 국익을 위해 수용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쌀 사과 배가 빠져 반쪽짜리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FTA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모두들 짝짓기에 열심인데 우리만 외톨이가 되기를 자초하는 꼴이다.
8일에만 해도 미국과 호주가 FTA에 합의했고 인도 태국 등 아시아지역 6개국(BIMSTEC)도 FTA 조인식을 갖는 등 경제블록화는 급진전되고 있다.
FTA는 현재 발효중인 것만 1백84개에 달하고 국제 교역량중 절반 이상이 회원국 사이에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비준안 처리가 계속 무산되면서 우리는 국가신인도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
다른 나라와 추진중인 후속 FTA협상 역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첫 케이스인 한·칠레 FTA를 어떻게든 통과시키기 위해 또다시 보완대책을 내놓을 모양이다.
농민단체나 농촌지역 의원들도 이번에야말로 정말 받아들여야 한다.
16일엔 반드시 비준안을 처리해 더 이상 소모적인 국력낭비를 막아야 한다.
FTA를 외면하고선 한국경제의 미래는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