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한국 분유·이유식시장에서 고전하고있다. 지난해 6월 조제분유 브랜드인 '난(NAN)'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인 '쎄레락'도 23년만에 한국시장에서 포기하기로 했다. 네슬레가 세계 주요 이유식시장에서 자사 브랜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한국시장이 처음이다. 네슬레는 쎄레락을 포기하는 대신 서울우유의 '앙팡'브랜드를 빌리는 전략적 제휴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판매 부진으로 몰락한 쎄레락의 '80년대 전설'을 앙팡 브랜드로 되살려 보자는 게 거대 다국적기업 네슬레의 전략이다. ◆돌아가는 네슬레 한국네슬레는 10일 서울우유와 제휴,이유식 '앙팡밀'과 임신기·수유기 여성용 우유 '앙팡맘'을 본격 생산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앙팡밀 1만6천2백∼1만8천4백원,앙팡맘 1천원이다. 네슬레는 앙팡밀은 자사 청주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앙팡맘은 서울우유 생산라인을 이용할 계획이다. 유통과 판매 라인은 서울우유가 제공한다. 네슬레는 그동안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세계적 이유식 브랜드인 쎄레락으로도 한국엄마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쎄레락은 1981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8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유식시장이 커지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2000년 8월 제품을 리뉴얼하는 비상대책까지 썼지만 과거의 쎄레락은 아니었다. 급기야 지난해 쎄레락의 점유율은 3% 미만으로 급락했다. 네슬레는 돌파구로 자사 브랜드를 포기하고 전략적 제휴대상을 찾는 방안을 모색했다. 네슬레의 기술력과 합쳐질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찾던 중 이유식 제품이 없는 서울우유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네슬레는 앙팡 브랜드를 빌리는 대가로 브랜드 사용료를 서울우유측에 지불키로 했다. 물론 판매수익도 나눈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10일 "세계적인 영유아식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네슬레와 한국 아기들을 꾸준히 연구해온 서울우유 앙팡이 만난 만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마리 토끼 잡은 서울우유 서울우유는 이번 제휴로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 됐다. 네슬레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게 됐다. 국내 우유업체가 외국 경쟁 브랜드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은 우유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우유는 또 이번 제휴로 이유식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앙팡은 어린이용 브랜드로 우유 치즈 요구르트 제품이 있지만 이유식 제품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네슬레와 제휴함으로써 영유아용 제품과 어린이용 제품을 모두 거느린 유업체가 됐다. 특히 서울우유는 임신여성과 수유기 여성용 우유까지 내놓게 된 데 대해 적잖게 고무돼 있다. 이 제품은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아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네슬레를 파트너로 얻음에 따라 경쟁업체와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