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G7, 위안화 절상만 요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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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유연성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 유연성이 증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G7재무장관 성명은 동아시아 통화의 절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틀림없다.
특히 중국인민은행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관영 경제전문지가 때맞춰 위안화는 올해중 5%가량 평가절상될 것이라고 보도해 동아시아 통화가 절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추측까지 낳게 한다.
G7성명은 중국을 주타깃으로 한 것이 분명하지만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 원화 역시 일본 엔화, 대만달러 등과 함께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무역흑자와 함께 외환보유고 상위랭킹을 독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실제 G7재무장관 회담 직후 열린 홍콩역외 선물환시장(NDF)에서는 위안화가 급등하고 대만달러 홍콩달러도 오름세를 보이는 등 G7회담의 영향이 현실화됐다.
특히 재선을 노리는 부시 미 대통령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달러화 약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아시아 통화의 강세는 피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화가치가 조만간 달러당 1천1백원선으로 상승하는 것은 물론 올해중 1천원선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수출에 의존해 근근이 버텨가고 있는 한국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우려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국내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국제투기자금 유입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원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수차례 지적했지만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절상되는 것 또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통화당국은 환율변화의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함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업무합리화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상승요인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거래통화의 다양화,선물거래,수출선 다변화 등의 위험 분산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경쟁력을 드높이는 일이다.
폭발적 수출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휴대폰의 사례가 보여주듯 국제시장에서는 기술우위만큼 확실한 경쟁력 확보 방안은 없다.
이번의 원화절상 압력이 상품 품질제고 및 고부가가치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돼야 함은 너무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