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는 1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사진)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괴자금 1백69억원 가운데 73억5천만원이 전두환씨 비자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재용씨를 상대로 3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2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씨 비자금의 전모가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재용씨는 지난 2000년 12월말께 외할아버지인 이규동씨(2001년 사망)로부터 국민주택채권 형태로 1백67억원 상당(당시 거래가 1백41억원)을 증여받은 뒤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하면서 총 74억3천8백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다. 검찰은 이 가운데 73억5천만원 가량이 지난 87년 전씨가 대통령 경호실 재무관이었던 김모씨를 통해 관리하던 비자금 중 일부라고 밝혔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재용씨가 이규동씨에게서 증여받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73억5천만원이 전두환씨 비자금으로 밝혀진 이상 진술내용에 신빙성이 없다"며 "일단 재용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증여세 포탈 혐의만 적용키로 했으며,괴자금의 원출처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조사 결과 재용씨는 괴자금 1백67억원을 이용해 기업어음(CP)과 주식 매입에 53억원,부동산 매입자금으로 33억원,벤처회사 투자금으로 21억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벤처투자자금에 쓰인 21억원 가운데 1백만달러는 미국 현지법인에 투자했으며,또다른 채권 매입에도 34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재용씨는 거업어음 구입 등을 하면서 인기탤런트 P양 어머니 윤모씨의 계좌를 활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재용씨 괴자금 중 50억원 상당의 어음과 유가증권,자기앞 수표를 포함한 현금 2억3천만원,5개 예금통장의 잔액 1억6백만원,여행자 수표 5만달러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73억5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괴자금의 출처가 전두환씨 비자금인지 여부를 계속 추적키로 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전두환씨와 전씨의 비자금을 관리한 대통령 경호실 재무관 김모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지난 96년 당시 검찰은 전두환씨가 국내 기업체로부터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수백개의 가·차명 계좌에 이를 은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대법원은 전씨에 대해 2천2백5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으나 현재까지 전씨는 추징금의 14.3%인 3백14억원만 낸 상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