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수행하던 대한불교조계종의 선사(禪師)들이 잇달아 도심으로 나온다. "간화선(看話禪) 위기론"을 직접 타개하기 위해서다. 간화선이란 화두를 들고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참선 방법.화두 타파에 평생을 걸고 수행해온 선사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왜 간화선이어야 하는지를 설파하고 간화선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한 첫 자리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02-732-2115)에서 마련된다. 오는 15일부터 '부처님 오신날'까지 3개월간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간화선 중흥을 위한 전국 선원장 초청 대법회'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잇따라 열반한 서옹 서암 청화 스님 등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선지식'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를 지낸 고우 스님(각화사 태백선원장)은 첫 법회를 맡아 '선의 본질과 의미'를 설파할 예정이고,덕숭총림 수덕사의 차기 방장감으로 꼽히는 설정 스님은 '돈오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마지막 법회를 맡았다. 또 무여(축서사 주지) 혜국(남국선원장) 대원(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함주(법주사 총지선원장) 현산(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웅(미국 버클리 육조사 주지) 등 모두 13명의 선사들이 화두 드는 법,선과 깨달음,일체유심조,선 수행의 요체,한국선의 세계화와 생활화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간화선을 조명한다. 법문 후에는 즉문즉답(卽問卽答)을 통한 토론도 마련된다. 승속을 불문하고 문답을 주고받는 무차선(無遮禪) 법회같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조계사 주지 지홍 스님은 "선지식들의 살아있는 법문을 도심에서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로 화두선의 진면목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02-511-6070)에서 21일부터 4월1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봉은학림 육조단경 논강'도 주목되는 자리다. '육조단경'은 달마 대사의 선맥을 이어받은 중국의 육조 혜능의 법문을 담은 선종의 기본 교재.혜국 고우 성본 스님 등이 발제를 맡고 각묵 세등 정각 스님과 불교학자들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이어 다음달 21일부터 서울 상도동 보문사(02-814-8793)에서 '선사 초청 참선대법회'가 1주일간 열린다. 고우 무여 혜국 대원 현산 일오(월명암 선원장) 혜정(법주사 회주) 스님 등 쟁쟁한 선사들이 '선의 세계'를 펼쳐보일 예정.1주일 내내 선사들의 법문을 듣고 자신의 수행 정도를 점검할 수 있다. 한편 조계종은 올해 한국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수행지침서를 간행하고 일반인을 위한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방침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