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상암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의 분양원가 공개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경실련은 11일 정부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통한 항의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시민운동에 돌입할 것임을 천명하고 나서 향후 정부와 건설업계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경실련은 11일 하루를 '아파트값 거품빼기 온라인 행동의 날'로 정하고 전국의 지역 경실련과 연대,재정경제부 및 건설교통부 자유게시판에 정부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촉구하는 항의 글을 올리기로 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일단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가 먼저 분양원가를 공개해 모범을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민간 주택업계로 전선(戰線)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주택공사,민간주택업계는 분양원가 '공개불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연일 맹폭하는 시민단체 시민단체 가운데 최근의 분양원가 공개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경실련이다. 경실련은 우선 공기업인 주택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를 목표로 연일 주공을 압박하고 있다. "주택공사가 작년 용인 동백택지지구에 공급한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지난 10일 요구한데 이어 11일엔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건교부 홈페이지에는 이날 하룻동안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을 담은 수백통의 글이 올라와 한 때 접속장애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또 12일에는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발족시켜 지지여론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목표다. 경실련 박정식 공공예산감시팀장은 "정부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적극 나서고 엄정한 과세를 통해 분양가를 낮춰 아파트값 거품을 빼야 한다"며 "정부가 이같은 요구에 응할 때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한 다양한 항의운동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주공,민간업계는 '절대불가' 고수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건설교통부와 주택공사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물밑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건교부는 특히 12일 열리는 청와대 업무보고에 대비해 지난 10일 강동석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을 초빙해 비공개로 분양원가 공개여론에 대한 입장을 청취했다. 하지만 "분양원가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건교부 관계자는 "원가공개 의무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어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였다"며 "원가공개 의무화에 대한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주공 관계자도 "서울시가 상암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한 이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입주예정자들의 무리한 요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분양원가를 공개하게되면 전국적으로 3백곳이 넘는 주공 사업장이 몸살을 앓을테고,그 피해는 결국 집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간주택업계 역시 "분양원가 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의 '정치적 판단'여부가 변수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민간 주택업계가 분양원가를 자발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인 주공의 경우 변수를 안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입장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주공도 정부의 정치적인 판단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건교부가 원가공개 쪽으로 선회한다면 주공 입장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