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맞습니까." 울산시 남구 용연공단에 위치한 일진기계(대표 전영도) 공장 내부를 둘러본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이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1만여평 규모의 대형 공장에서 초정밀 선박엔진 프레임과 발전터빈, 제철 및 시멘트 설비 등이 첨단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척척 제작되고 있다. 일진기계는 이러한 초대형 특수산업용 기계의 생산체제를 갖추는데 무려 5백억원을 투자했다. 중견 기업도 엄두를 내기 힘든 고가 장비인 데다 일진기계 총매출액을 넘어서는 규모라는 점에 사람들은 두 번 놀라게 된다. 특수산업용 기계 제작은 물론 화학섬유 분야의 방사설비 및 부품 제작부문에서도 스타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진기계의 전영도 사장은 이처럼 기술 개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초정밀 섬유기계 설비를 제작하는 일진에이테크를 포함해 서울 안양 창원 등에 5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정밀 금형 가공기술에 대한 국내의 전문 지식이 전무하던 1979년 3월 이 부문의 국산화를 이뤄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맨손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는 이 분야의 전문 지식은 커녕 전문 인력조차 없었다. 이 때 그는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고급 기술인재는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명석한 두뇌'를 첫번째 사훈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울산공장 증설 등으로 여유가 없었던 98년에도 일진에이테크에 부설연구소를 설립할 정도였다.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달린 결과 2000년 섬유분야의 핵심 기술인 '폴리에스터 초고속 방사기술'을 개발하는 등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방사 관련 기계설비 및 제작기술과 초대형 산업기계 제작기술의 국산화 등으로 결실을 속속 맺었다. 최근에는 초경합금을 소재로 한 정밀금형 및 대형 기계부품 제작과 개발에도 성공해 국내 웬만한 대기업은 물론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로부터 수주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대한 전 사장의 이같은 열정은 2002년 GL, LR, ABS 등 6개의 글로벌 공인 선급검사기관으로부터 1등급 공장으로 인증받기에 이른다. 현재 일진기계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최첨단 특수산업용 기계 제작기술을 1백% 국산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선점하겠다는게 숨은 전략이다. 이미 올해 1백억원어치의 선박엔진 제작물량을 중국으로부터 확보해 놓은 상태다. (052)259-8800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