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뉴욕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수많은 미술관 박물관의 구경거리는 물론이고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각종 음악회와 공연 등 문화행사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일 게다.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소호나 심지어는 하찮은 영화 촬영장까지도 '문화'라는 이름으로 단장해 도시의 면모를 새롭게 일궈가고 있다. 비단 뉴욕뿐만이 아니고 런던 파리 로마 등도 문화도시라는 매력을 끌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도시의 경쟁력은 곧 문화의 경쟁력이라는 의식이 강한 것이다. 이들 도시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상징성을 띠게 된 것은 민·관의 오랜 협력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뉴욕만 해도 카네기재단과 록펠러재단이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일찍부터 발벗고 나섰고,체이스 맨해튼은행 역시 문화행사 지원에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뉴욕주정부가 설립한 뉴욕주예술재단(NYFA)과 뉴욕주예술진흥원(NYSCA)이 예술단체 지원에 나서 문화의 영역을 한층 넓혀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민간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나서고 있다. 런던은 런던예술진흥원에서, 도쿄는 역사문화재단에서, 싱가포르는 국립예술진흥원에서 대규모 기금을 마련해 문화시설을 건립·운영하고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개발하기까지 한다. 지원금의 상당액은 기업과 일반인의 기부로 충당돼 재원확보에도 별 애로가 없는 편이다. 서울시가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는 소식이다. 올해 5백억원의 기금으로 출발하는 서울문화재단(SCF)은 차츰 기금을 늘려 오는 2010년까지 3천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 재단에서는 앞으로 문화예술의 창작 및 보급을 지원하고 문화유산의 보급, 그리고 이와 관련된 교육·연구사업도 펼칠 것이라고 한다. 뒤늦게나마 6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돼 반가운 마음이다. '뉴요커'와 '파리장'들이 자기 고장에 대해 남다른 긍지를 갖듯 서울시민들 역시 문화서울을 가꾸는데 첨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