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는 전재용씨의 괴자금 1백67억원 중 73억원이 '전두환씨 비자금'으로 확인됨에 따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다음주 중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전재용씨가 관리한 비자금 외에도 전씨가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비자금이 있다는 단서를 포착,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이와 관련,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다음주 소환할 방침이며 변호인단과 협의를 거쳐 곧 정식 소환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12ㆍ12사건 및 광주민주화운동 사건과 관련해 지난 95년12월 반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된 후 8년여 만이다. ◆ 뭘 조사하나 =검찰은 전씨가 출두하면 재용씨 차명계좌에 73억여원이 입금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재용씨 괴자금 가운데 원래 출처가 불분명한 94억여원이 재임시 조성한 비자금에서 나왔는지도 추궁할 계획이다. 지난 95년 수사때 최대 2천억원대로 추정됐던 전씨의 은닉 비자금도 이번에 조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87년 당시 전씨 비자금 계좌를 관리했던 청와대 경호실 재무관 장모씨에 대한 소재파악에도 나섰다. 장씨는 검찰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께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재용씨가 외할아버지인 고 이규동씨에게서 받은 채권 1백67억원 가운데 73억5천만원 가량이 전두환씨 비자금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재용씨가 이규동씨에게서 증여받은 과정 등이 불분명하다고 판단, 전두환씨가 증여를 위장해 재용씨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전씨, 형사처벌되나 =검찰은 전두환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씨 비자금중 73억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재용씨에 대해 증여세 포탈 혐의만 적용, 증여자인 전두환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만약 전씨가 재용씨에게 재산을 증여한게 아니라 비자금 관리를 맡긴 것으로 결론 내려질 경우 전씨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발효된 2001년 12월 이후 재용씨가 계속 돈세탁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 전두환씨가 가담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분석이다. 전씨가 지난해 4월 법원에서 열린 재산명시 심리에서 "내 돈은 29만원이 전부"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 전씨가 법원에 낸 재산목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민사집행법상 허위 재산명시 죄로 징역 3년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추징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비자금을 고의로 은닉했다면 형법상 강제집행 면탈죄가 적용돼 3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검찰은 그러나 재용씨에게 증여가 이뤄진 상태에서 민사집행법상 허위 재산명시 혐의로 사법처리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