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뚝심' 좋은 까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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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까르푸의 독불장군식 행보가 유통가에서 화제다.
까르푸는 뜻이 맞지 않는 거래선에는 매장을 빼라는 결별 통고를 서슴지 않는다.
지금도 납품가 인상 문제로 풀무원과 한 달 가까이 투쟁 중이다.
여타 할인점들은 풀무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데 까르푸는 '값이 안 맞으면 딴 회사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며 요지부동이다.
이런 비타협적인 자세는 공무원을 대할 때도 달라지지 않는다.
소방법 위생법 등 위반사항을 지적당하면 시정하기보다 벌금 내는 쪽을 택한다.
단속 공무원이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 '한국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심지어 정부도 '맞짱' 상대로 보는 듯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까르푸의 영업행태가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제재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관료들한테 만큼은 웬만하면 숙이고 마는 한국 기업들과 달리 까르푸는 법정공방도 불사한다.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한국 법과 제도마저 무시하는 듯한 오만에 가까운 '뚝심'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까르푸로서는 '유통은 우리가 세계 표준'이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사실 까르푸는 세계 1위 소매업체인 미국 월마트보다 높게 평가받곤 한다.
매장 절반이 미국에 있는 월마트와 달리 90% 이상을 해외에 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을 거의 평정한 이마트도 "까르푸가 제일 두렵다"는 속내를 자주 비친다.
하지만 까르푸에 대한 유통가의 반응은 '대국 기업의 오만함'을 지적하는 쪽이 우세하다.
납품업체들도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투덜거릴 때가 많다.
까르푸는 높은 자부심에 걸맞지 않게 한국에서 4위를 달리며 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의 힘을 한국의 '장터'문화와 선진유통을 잘 접목한 데서 찾는다.
설사 한국의 법과 유통관행이 국제 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까르푸가 좀 더 유연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동아시아 변방국 기자의 순진한 주문일까.
산업부 생활경제팀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