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해법을 찾고, 형식보다는 실리를 챙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축으로 한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출범한지 오는 3월로 1년이 된다. 상하이교통대 기계과 출신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칭화대 전기과를 나온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처럼 후-원 모두 이공계 출신의 기술관료다. 후 주석은 칭화대 수리공정과, 원 총리는 베이징지질학원 지질광산과를 졸업했다. 13억 인구의 거함 중국호를 이끄는 지도부에 기술관료가 강세를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4세대 지도부는 기술관료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후 주석과 원 총리도 포함돼 있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9명. 이들 모두 이공계를 나왔다. 이공계 명문인 칭화대 출신은 4명이나 된다. 지난 1년간 중국이 걸어온 길에서 기술 관료 특유의 실용주의 노선이 물씬 배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선 중국의 4세대 지도부는 늘 현장에 있다. 기술관료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녹아 든 결과다. '인민 속으로'를 기치로 내건 후 주석과 원 총리는 예고없이 농촌 등지를 방문하는 게 '주특기'다. 지난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기 때도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현장을 뛰어 다녔다. 이전의 허례허식도 고감히 털어내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해외방문때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갖던 거창한 송별 및 환영 행사를 없앤게 대표적이다. 오는 3월5일 개막되는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 2차 전체회의도 보름간의 회기를 열흘로 줄였다. 비용절감이 그 이유이다. 형식을 줄이는 대신 실리는 적극 챙기고 있다. 금융개혁 해법으로 4대 국유은행의 국내외 증시 상장을 결정했다. 정부 돈만 쏟아붓기 보다는 남의 돈을 빌려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열린 자세도 4세대 지도부가 갖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이다. 미래의 경제 청사진인 11차5개년(2006~2010년) 경제계획 수립에 처음으로 민간을 참여시킨 것이나 상하이 등 지방정부에 대변인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들의 개방적 성향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