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보카러턴에서 만난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선임자들이 지난 87년 최소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루브르협약을 채택했다가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을 가져왔던 실수를 반복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들 역시 환율변동성이라는 같은 문제에 대한 염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번에는 특히 지난 2년간 유로화에 대해 3분의 1이나 떨어진 달러약세에 우려가 집중됐다. 환율변동은 국제경제에 성가신 것만은 분명하다. 트레이더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헤징(위험회피)을 하느라 돈을 낭비한다. 만약 환율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제경제의 효율성은 증가하고 헤징으로 돈을 버는 은행이나 브로커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G7 경제수장들의 과거 노력들은 환율안정성을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루브르협약의 경우 미국과 독일이 통화정책의 조율을 이루지 못해 붕괴됐다.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장관들은 입으로는 '안정성'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자기나라에 돌아가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는 '국익'과 국내정치를 우선한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시장세력(market forces)'이 달러가치를 결정해야 한다는 관례적인 주장을 준비하고 회담에 참석했지만 결국 시장세력에 의한 것이 분명한 환율변동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다. 현재 시장세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매우 느슨한 통화정책과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방만한 정부지출에 대응해 달러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반적인 통념대로라면 달러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미국인들이 수입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이게 되고,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시장이 균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달러가격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무역적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FRB의 느슨한 통화정책에 파묻혀 미국인들은 계속 수입품을 소비하고 있다. 또다른 자율조정기능인 자본유입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사용된 달러는 대부분 외국인투자 형태로 미국에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자본유입은 무역적자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리뷰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외국인들은 9조달러가 넘는 미국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인들은 약 6조5천억달러의 해외자산을 갖고 있다. 5천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무역적자 때문에 이 같은 불균형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무역적자가 자본유입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유입 때문에 무역적자가 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가 외국투자자들로부터 저금리로 무역적자를 메울수 있는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측에선 달러의 가치변동에 적극 대응해야 할 동기(인센티브)가 별로 없다. 실제로 어떤 경제학자는 달러가치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균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FRB는 통화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싼 모기지금리는 주택붐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여전히 제로금리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뭏든 보카러턴 회의는 성과가 별로 없었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할 때가 돼야만 달러약세에 대한 세계의 불만에 반응할 것이다.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0일자 오피니언란 글로벌뷰에 실린 'Volatility? Nobody Here But Us Central Bankers'란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