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가 11일 월트디즈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전격 제안,주목된다. 미국 35개주 2천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컴캐스트가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사업과 디즈니랜드,ABC ESPN 방송국까지 장악할 경우 '통신'과 '콘텐츠'의 통합을 통한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복합기업 탄생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멀티미디어 분야 거대기업들간 M&A는 하나의 생존전략처럼 돼 버렸다"며 "CBS와 바이어컴,디렉TV와 뉴스코프,CNN방송과 타임워너 등의 합병에서도 보듯 통신회사와 콘텐츠기업이 뭉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과 엔터테인먼트는 천생연분=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컴캐스트의 막강한 배급망과 월트디즈니의 고품격 콘텐츠가 합쳐지면 주문형 비디오와 쌍방향 통신,고화질 TV방송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인수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도 즉각 통합법인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뜻을 내비치며 "합병의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컴캐스트의 시장지배력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컴캐스트는 지난 2001년에도 자사보다 가입자가 3배나 많았던 AT&T의 케이블 사업부문 AT&T브로드밴드를 사들인 경험이 있어 월트디즈니 인수는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합병까지는 갈 길 멀어=양사간 합병에는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컴캐스트측이 합병제안 서한을 언론에 전격 발표한 것도 마이클 아이스너 월트디즈니 회장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AOL과 타임워너,비방디와 유니버설 등 미디어 업체들간 결합이 기업문화 차이 등으로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전례도 양사 합병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시가총액 1천2백49억달러에 달하는 거대기업 탄생을 가져올 두 업체간 합병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을지도 의문이다. 마이클 파월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컴캐스트의 월트디즈니 인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공정거래법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은 "타임워너나 바이어컴,비방디유니버설 등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월트디즈니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서로 합종연횡을 도모하면 관련 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