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올해 첫 의회증언의 핵심은 '달러약세 지지'와 '조기 금리인상설 부인'이다.


이 중에서도 달러약세 지지는 기습적인 발언이어서 시장의 충격은 컸다.


달러가치는 일본 엔과 한국 원화 등 동아시아통화는 물론 지난 주말 G7회담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유로화에 대해서도 급락했다.


미 행정부의 달러약세 정책에 대한 그린스펀 의장의 지지는 확고한 편이다.


그는 이날 의회출석중 두 번에 걸쳐 약달러에 대한 지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달러가치가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같은 약달러는 미 경제에 역효과를 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급진적이지만 않다면 추가약세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한 의원의 달러약세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도 "보다 약한 달러가 미국의 경상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행정부의 달러약세 정책에 재차 힘을 실어줬다.


그린스펀 의장이 공개적으로 달러약세에 지지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그의 약달러 지지발언은 즉각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며 엔과 유로의 상승을 촉발했다.


지난 며칠동안 달러당 1백5엔 후반에서 약보합세를 보여오던 엔화가치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직후 1백5.17엔으로 수직 상승, 일본정부의 긴급 시장개입을 유도했다.


일본은 이날 뉴욕시장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 엔화가치를 1백5.3엔선으로 끌어내리며 가까스로 1백5엔선 붕괴를 막아냈다.


G7회담 후 오름세가 주춤했던 유로가치도 상승세로 반전, 유로당 1.2765달러에서 1.2833달러로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지난 1월말의 유로당 1.2899달러)에 육박했다.


ABN암로 은행의 환율전략가 토니 노필드는 "그린스펀 의장의 달러약세 지지로 달러약세기조가 좀 더 장기화 될 것"이라며 조만간 '달러당 1백5엔'선과 '유로당 1.30달러'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원화도 12일 한때 달러당 1천1백60원이 붕괴되며 1천1백59원선까지 올랐고, 대만 달러와 홍콩 달러, 태국 바트화도 일제히 상승하는 등 모든 동아시아통화들도 그린스펀 의장의 달러약세 지지발언에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당분간 현행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도 달러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조기 금리인상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져줌으로써 금리와 관련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MFR의 수석 이코노미트스인 조슈아 샤피로는 "그린스펀의 증언은 올해 중반까지는 현재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ㆍ이정훈 기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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